최근 천주교 사제들의 막말 논란이 연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혹자는 분노하고, 또 다른 이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추구하는 바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타인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논란을 일으킨 사제들의 말은 정치판에서의 상대진영 정치인이 했다손 치더라도 금도를 벗어난 말이었다.
하물며 신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도덕적 규범을 가르쳐야 할 성직자임에야 더 말할 게 없는 참담한 수준의 발언이었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우리의 국익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들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취임 후 첫 동남아 순방을 떠났다.
4박 6일간 진행되는 순방은 캄보디아 아세안 정상회의,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한미일 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때맞춰 문제의 사제 중 한 사람인 대전교구 소속 박주환 신부가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이 합성사진 왼쪽에는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글과 ‘기도’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이 게시됐다.
사진은 출입문이 열린 대통령 전용기 사진에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추락하는 사진을 합성한 것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논란이 일자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 김종수 주교는 지난 15일 박주환 신부의 행동에 대해 사과문을 냈다.
김 주교는 이날 “박 신부의 개인 SNS를 통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사제로서 언급한 부적절한 언행에 관하여 많은 분이 받으셨을 상처와 충격에 대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발표했다.
또 “박 신부의 글은 분명하게도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남과 동시 교회의 공적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라며 “국민 여러분과 신자분들에게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주교는 이 사안이 발생한 후 즉시 박 신부와 면담을 했다며 그 자리에서 박 신부가 무릎을 꿇고 교회와 국민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고백했다고 전했다.
또한 “박 신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교구장의 어떠한 결정도 따르겠다는 태도를 받아들여 우선, 공적 미사와 고해성사 집전 등의 성무집행정지를 명령하였고, 이후 박 신부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며 보다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신부는 지난 11일에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경찰분들!!! 윤석열과 국짐당이 여러분의 동료를 죽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무기고가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5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도 참가했다.
이 집회에서 그는 자신을 “종교 사기꾼들과 마귀를 쫓는 미카엘 신부다”라고 소개하며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은 그 존재 이유를 이미 상실했다, 우리 시민들은 이들에게 저항하고 끌어내야 한다.”라고 목청껏 소리쳤다.
박 신부는 이날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책임을 회피하며 애도를 강제하고 정부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윤석열 정권을 향해 다함께 외칩시다”라며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박 신분로 인한 논란에 기름을 부은 사람 역시 사제 신분이었다.
박 신부에 이어 대한성공회 소속 원주 나눔의집 김규돈 신부 역시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려 보수진영 대중들로부터는 분노를, 진보진영 지지자들로부터는 환호를 받았다.
김 신부는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인터넷 강국에 사는 우리가 동시에 양심을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박 신부와 마찬가지로 동남아 순방 일정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글이었다.
김 신부의 글은 순식간에 논란의 한복판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죽음을 기원하는 성직자라니’, ‘신부가 샤머니즘을 믿는 것 같다’라고 김 신부를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김 신부는 “공개할 의도가 아니었는데 실수로 글이 전체 공개됐다”라고 해명하며 사과했으나 그의 소속 교구에선 김 신부를 즉각 면직 처분했다.
교계에서도 김 신부를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유낙준 주교는 ‘물의를 일으킨 사제로 인하여 분노하고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어떻게 생명을 존중해야 할 사제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수많은 사람이 타고 있는 전용기 추락을 염원할 수 있겠는가. 분란을 일으킨 사제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김 신부를 비난했다.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도 김 신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교연은 ‘단순한 정치적 견해를 뛰어넘는 섬뜩한 살기(殺氣)’를 담은 표현을 했다고 성토했다.
보수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교연은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신분이 성직자라 하더라도 누구든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낼 자유는 있다. 그러나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추락하길 염원한다는 등의 표현은 충격적이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이 글을 쓴 신부는 문제가 되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일기장처럼 쓴 나만의 생각 압축이라고 했다. 김 신부의 저주성 글이 선택적 분노조절 장애의 증상에서 비롯됐다면 적절한 치료가 있기를 바란다.’라면서도 ‘만약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에 의한 것이었다면, 최소한 성직자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정치인으로 살아갈 것을 권고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현재 사제직이 박탈됐다. 이외에도 김 신부는 성공회 원주노인복지센터장, 원주교회 협동사제 등에서 면직 처리됐다.
성직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죄인을 구제하는 숭고한 직분을 수행하는 이다.
그런 성직자들이 이를 내팽개치고 정치인처럼 막말을 쏟아냈다.
그것도 국민의 절반이 지지해 선출한 일국의 대통령에게 악마들이나 행할 저주의 축문을 온 세상에 뿌려댔다.
지금까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욕하고 비판하는 이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처럼 죽음의 저주를 퍼부은 이는 없었다.
그것도 엄연히 사제의 신분으로서 행한 일이다.
사제라는 직분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용납이 된다는 오만함에서 그리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십분 양보를 하더라도 세상에 대한 편견과 오만을 돌이켜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지 않는다면 이들은 결코 사제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제들이여 제발 부끄러운 줄 알라.
<</span>허언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