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은 바로 사실 전달이다.
이 사실에 기반해서 사회적 쟁점을 규정하고, 쟁점에 관한 해설과 비판을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언론의 주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올바른 여론 형성은 정부와 기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데 있어 영향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수단으로서도 효용성이 크다.
만약 언론이 권력이나 특정 세력과 유착해 여론 조작에 앞장선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크나큰 범죄 행위로서 언론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정치 권력이나 혹은 특정 세력의 간섭과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견지해야 할 언론의 자유 보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이에 반해 공정성, 공익성, 객관성, 정확성, 책임성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보장되는 자유만큼 언론이 짊어지는 책임 또한 막중한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이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한 유튜브 매체 ‘더탐사’가 이번에는 한 장관의 강남 자택을 찾아가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탐사’는 ‘우리는 취재를 위해서 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한 장관은 ‘무슨 소리냐’라며 매체 기자들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보도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더탐사’ 취재진 5명이 지난 27일 낮 1시 30분쯤에 한 장관의 자택을 방문, 면담을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도어록을 누르고 집 앞에 놓여 있던 택배물의 수취인이 누구인지도 확인했다.
당시 자택엔 한 장관은 없었고 한 장관의 부인과 자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반응이 없자 1분 30초가량 머물다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유튜브로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는 것이다.
생중계될 때 한 장관의 자택 위치가 그대로 노출됐으나 이들은 ‘취재 목적 방문’이라며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압수수색 당한 기자들 마음이 어떤 건지 한 번 한 장관도 공감해 보라’라고 말했다.
또 이들 중 강 모 기자로 추정되는 이가 ‘나는 혼자 있을 때 경찰관 7명이 와서 샅샅이 훑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스토킹 혐의로 고발당한 데 대한 보복 취지의 방문이었을 것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을 취재하기 위해 모 방송국 소속 기자와 PD가 조 전 장관의 집을 방문했다.
이들은 당시 취재를 목적으로 조 전 장관 자택의 초인종만 눌렀으나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조사에 나선 경찰이 공동주거침입으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혐의가 미미하다고 판단해 약식 기소를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이들을 정식 재판에 회부를 해버렸다.
다시 말해 법원은 이들의 행위에 대해 상당히 엄중한 범죄 행위라고 본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친 민주당 성향 방송인 김어준은 지난 28일 ‘집에 들어간 건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다.
이들이 한 장관 집 앞을 찾아간 행동이 주거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김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전날 더탐사가 한 장관 자택을 찾아가 진행한 생방송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집 앞에 왔다는 거 아니냐. 가겠다고 사전 예고도 하고’라며 ‘언론의 이런 취재방식, 집 앞으로 찾아가는 거 비판받을 때 있다. 만약 상대가 힘없는 개인이라고 하면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라고 판을 깔기 시작했다.
이어 ‘그 대상이 한동훈 장관이라는 권력자라면 이건 취재의 하나로 용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씨는 ‘일반인들은 한 장관에게 접근할 수 없다’라며 ‘한 장관은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더탐사가 한 장관 자택 안에 들어간 건 아니지 않냐’라며 이들의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편들었다.
김 씨의 주장대로라면 조국 전 장관 때의 경우는 이번 사태에 비견할 수 없이 소소한 일이다.
걸핏하면 음모론으로 대중의 시선을 끄는 김 씨의 잣대는 이렇게 편향적이고, 엿장수 가위질보다 못한 제멋대로다.
생각은 자유지만 말을 뱉을 땐 상식에 맞게 해야지 듣는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행위인데 내 편에게 한 행위는 나쁘고 범죄 행위이며 상대편에게 한 행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편향적인 사고는 위험하다.
이는 법원의 판단마저 무시하는 아주 무식한 잣대에 지나지 않는다.
김 씨나 ‘더탐사’의 이런 행태를 언론학에서는 '확증편향'적 보도 행태라고 일컫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확증편향을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각설하고, 지난 1950년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 매카시는 한 연설에서 ‘미국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라고 폭탄적인 발언을 했다.
냉전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공산 세력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던 국민은 매카시의 주장을 지지했고, 공직자들은 자신이 공산주의자로 지목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방송사 기자였던 에드워드 머로우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매카시즘의 허위를 밝혀내면서 그 기세가 꺾였다. 그는 매카시즘의 광기에 휘둘리지 말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카시즘은 한국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0년대 초반 미국을 뒤흔들었던 극단적인 반공 사상이며, 흑백 논리를 말한다.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민주적 토론이 아니라 군중 심리를 파고드는 낙인 행위와 선동 행위를 통해 정치적 반대파들을 대중적으로 고립시키는 정치 공작, 대중 조작 행위 등을 일컫는다.
마치 작금의 ‘더탐사’가 벌이고 있는 행위처럼 말이다.
이번 사태에 앞서 ‘더탐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들과 새벽 3시까지 술자리를 벌였다는 보도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결국엔 허위 뉴스로 밝혀져 망신만 당하게 생겼다.
제보자인 첼리스트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혹을 국회에서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는 면피성 입장만 되풀이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 기사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누구에게도 공감받기 어렵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명단 공개를 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떡볶이 먹방을 하는 기행으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일부에선 '더 탐사'를 향해 '진보계의 가세연'이라고도 부른다.
김세의 기자, 강용석 변호사 등이 있는 우파 유튜브 채널과 다를 바 없다는 세간의 평가다.
공감이 가는 세평이다.
언론이 언론으로서 그 존재감을 내세우려면 허위 뉴스나 조작, 편향적인 감정을 앞세워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 등은 해선 안된다.
오직 사실에 기반해 몇 번이고 확인한 후에서야 뉴스 보도에 임하는 자세를 갖출 때 비로소 언론으로서 공정성과 공익성을 갖췄다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하게 사명이나 역할을 거론하기 전에 그 편향성만으로도 이미 정상적인 언론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마당에 모든 언론인을 부끄럽게 하는 작태를 여기서 멈추길 엄중히 경고한다.
<</span>허언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