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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 제34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의미는?
  • 기사등록 2021-02-16 09:35:05
  • 기사수정 2021-02-16 18: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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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찰에 대한 첫 인사가 있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2월 9일 자로 심채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남부지검장으로 이동하고, 이정수 남부지검장이 그 자리를 채웠다. 공석이던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에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전보하고, 그 자리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메꾸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박장관은 윤총장을 의견을 무시한 인사가 아니라, 최대한 애쓴 인사이다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윤총장 측은 윤총장의 의사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반박한다. 하나의 인사를 두고 다른 주장이 나왔다. 이유가 무엇일까? 검찰청법 제34조에 대한 해석의 차이이다.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 법체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 게 이상하다.

 

법무부는 “2월 2일과 5일 두 차례, 박장관이 윤총장을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주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더하여 윤총장의 요구도 수용했다는 태도다.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검 기획조정부장 출신을 임명했고,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도 윤총장이 원하는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앉혔고, 월성 원전 수사를 맡은 이두봉 대전지검장도 유임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대검찰청은 윤총장의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문제가 있는 대검 참모진, 대내외 잡음 일으킨 핵심 보직자 교체와 이를 대체할 복수의 후보군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종 인사안을 보내 조율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인사발표 2분 전에 일방적으로 대검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충돌은 검찰청법 제34조 1, 즉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에 대한 해석차이다. 박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를 협의보다 좁은 의미로 그냥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추미애 전 장관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과정도 여러 번 생략한 것으로 보아, ‘들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관에게 인사 협의를 요구하고 검찰 인사안을 제출하는 걸로 보아, 윤총장은 장관과 총장의 조율 결과가 인사라는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2월 7일 검찰 인사 내용을 보고 받고 , 이라고 하면서 탄식하는 태도에서 윤총장의 이러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들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귀로 느껴 알고,’, 즉 청취하여의 의미다. 이렇게 보면, ‘검찰총장의 의견을 검찰 인사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청취해도 된다로 해석하는 박장관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들어는 청취+행위를 의미한다. 부모가 자녀에서 공부 좀 해라. 제발 내 말 좀 들어라라고 할 때, 공부하라는 말을 청취한 후 실제로 공부하라는 의미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과제물 내일까지 해 와라. 내 말 알아들었지?”라는 말에는 과제물 수행이라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물론 여기서 들어에 포함된 행위는 화자가 만족할만한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사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의사를 상당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윤총장의 말이 맞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 이전, 검찰 인사에서 파열음이 난 적이 거의 없다.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총장의 명을 받은 대검찰청 검찰국장과 협의하여 인사안을 만들어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미진한 부분은 장관과 총장이 만나 재차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역대 법무부 장관이 대부분 검찰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에 판사 출신이 임명되다 보니,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하여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을 추진하려다 보니 검찰청법 제34조 1항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법령해석 권한을 가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는 것이다. ‘들어의 의미가 단순하게 듣는 것인지? 아니면 검찰총장이 만족할만한 행위를 포함하는지?


이재영 정치학 박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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