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서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이동이나 모임에 따른 제약 때문에 자제하던 많은 이들이 규제 완화에 발맞춰 해외 출국을 서두르면서 여행업계가 모처럼 부산하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국내 유명 피서지나 해수욕장도 몸살을 앓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 및 해당 지역 지자체에서는 안전사고 예방 등 여름 휴가철 안전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정작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나아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관심 밖에 있어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 해안침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반해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곳곳마다 아름다운 백사장들을 보유하고 있다. 중에서도 동해안은 조차(潮差)가 적고 파(波)의 영향이 탁월하며 양질의 백사장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강원도 일대 동해안은 연장 100㎞ 이상의 백사장과 수 개소의 석호로 이루어져 있는 등 백사청송(白沙靑松)의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고 있어 사계절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휴식처 및 관광지로 제공되고 있다.
물론 경북 지역 해안가도 이에 못잖은 백사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처럼 비경(秘境)이 산재한 동해안 일대에 백사장 유실 등 해안침식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 및 사회∙문화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자랑해 오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해안침식의 문제가 해안재해(coastal disasters)의 하나로서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이다. 해안재해라고 하는 용어는 연안이라고 하는 특정 조건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포괄적으로 총칭하는 것이다.
해서 각각의 원인이 되는 발생기구나 형태가 다르며 이에 따라 기인하는 재해의 실태나 규모도 서로 다르다. 그중에서도 해안침식에 의한 재해는 파의 에너지를 감쇠시킨다고 하는 방재 상의 측면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연환경 및 관광자원의 소실이란 측면에서 최근 더욱 주요시되고 있다.
때문에 ‘갯벌은 물론 백사장 또한 나름대로 생태계 유지 및 자연 정화조의 역할을 한다’ 는 생태학적 의미와 더불어 해안침식으로부터 백사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해저 지형의 변화 및 그에 따른 해안침식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다. 서로 다른 각각의 원인이 복합돼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주원인은 파랑(波浪) 및 해빈류(Wave induced current) 등의 외력에 기인한 표사이동(Sediment movement)에 의해 초래되며 이때 바람 및 하천의 영향도 함께 작용하게 된다.
해안침식은 어떤 의미에서는 2차 해안재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폭풍해일 또는 월파(越波) 등을 차단하고자 세운 방조제, 제방, 호안 등에 의한 반사파가 백사장을 침식시켜 버리고 그로 인해 제방, 호안 등이 다시 세굴과 붕괴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연속되기 때문이다. 높은 파도와 해안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호안 및 해안도로에 의해 오히려 해안침식이 발생하고 또는 가속화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뿐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는 사실이다.
하천 토사공급의 불균형도 해안침식에 한몫하고 있다. 원래 백사장의 토사는 하천으로부터 계속 공급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먼바다 해저 사구로 이동 소멸해 언제나 공급과 손실이 평형을 이루게 되며 이와 같은 평형상태에 의해 아름다운 백사장의 모습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하천에 댐과 구조물이 건설되고 골재채취 등이 실시됨에 따라 하천으로부터의 토사공급은 현저히 감소해져, 공급은 없고 손실만 발생하는 백사장 유실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문화가 발전된 선진국일수록 해안침식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은 이처럼 하천 정비가 앞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백사장 유실 현상의 장소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 정도 또한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데 있다.
해안침식으로 인한 백사장 유실문제에 대해 미국, 프랑스, 일본,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 선진 각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중앙정부 및 해안에 자리한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대책을 세우는 한편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에는 아타미온천 등 수십 군데에 이르는 인공해빈, 즉 인공으로 만든 백사장이 있다. 관광의 나라 모나코도 유일한 백사장이 인공해빈이고 스페인 등 각국 역시 백사장이 부족해 인공으로 백사장을 조성하고 있다. 유명한 프랑스의 니스, 칸느는 백사장이 유실됨에 따라 결국 수 ㎞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자갈 해안으로 치환시켜 사용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자연 그대로인 우리나라의 백사장, 특히 동해안의 해안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천하 명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자원을 경제발전과 송두리째 바꿀 수만은 없을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해양개발의 묘안과 더불어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강구돼야 하고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곳곳에 백사장 유실문제가 대두되고는 있으나 아직은 그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이 합심해 대책 수립과 초기치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span>허언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