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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
  • 임영희 편집국장
  • 등록 2024-04-29 10:27:57
  • 수정 2024-04-29 11: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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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탁호찬 교수 칼럼



지금은 사라진 동네의 관훈클럽...

소박한 소시민의 정겨운 이야기 샘터...

그때가 그립다.



탁호찬 교수


 

인간은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이라고 했다. 나는 이발소에 관한 특별한 추억 하나가 있다. 젊은 날 이리저리로 근무지를 옮겨 다녔던 시절을 뒤로 하고 언제부턴가 나는 안동에 자리 잡고 또 다른 직장에 근무하게 되면서 10수년간의 떠돌이 직장인인 내가 50대 중반에 고향 안동에 안착하게 되었다.

 

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엄마나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를 다니게 되면서 적게는 20분에서 많게는 30~40여분 동안 머리를 깎는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머리를 깎는 곳은 한 곳을 정해서 이른바 단골 이발관만 다니게 된다. 이리저리 근무처를 옮길 때 마다 가끔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을 때도 있고 이발관에서 깎을 때도 있었지만 안동에 안착하고 부터는 우연히 선배의 소개로 머리를 깎으러 갔던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을 잊지 못한다.

 

안동에 안착한 2015년 겨울 어느날 다소 소박한 새파란 철대문(입구가 작아 머리를 조금은 숙이며 들어가는 곳)을 열고 들어가면 어릴 때 맡았던 비누 냄새가 동심을 소환하면서 60대 중반 즈음의 사장님과 사모님께서 반가이 맞는다.

 

주로 주말 토요일에 머리를 깎는 버릇에 토요일 오후 쯤 방문한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은 그야말로 동네에서 가장 붐비는 이른바 핫플레이스였고 특히 40대 중반부터 90대 어르신까지 그야말로 남성들의 머리단장 터였다.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듯 동네 어르신들이 이발관을 찾는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적어도 두세 시간은 기다릴 수 있는 여유 있는 손님들이다. 때로는 순서도 무시되어 바쁜일이 있으면 서로 양보하는 이발관, 느리고 여유 있는 이발관이다. 

 

그리 넓은 살내가 아니라서 연탄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가끔은 밤도 구워 나누고 가래떡도 구워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특히 오시는 손님들은 중학교 주변 태화동 어르신들이 대부분으로 사장님은 찾아오는 손님을 릴레이로 오는 순서를 기억하고 계신다.

 

오실 때가 되면 그 어르신이 오셔야 하는데 한참을 오시지 않으시면 필시 그 어르신은 요양원에 가셨거나 중환으로 바깥 출입이 어려운 상황을 아신다. 흔히들 독거노인들의 쓸쓸한 고독을 이발관 사장님은 벌써 아시기에 때로는 지역사회복지 실천의 장을 체험하는 듯 하다.

 

2023년 작년 가을까지 햇수로 8여년 동안 단 한명의 중학생이 머릴를 깍는 걸 보지 못한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

 

“사장님 여긴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인데 학생은 잘 안보이니더~~?” 라고 물으니 “하이고 요새 학생들이 이런 이발관에 오니껴? 전부 시내나 고급진 미장원에 다 가지요~~” 이어서 “여게(이발관) 생긴지 사오십년 돼도 옛날에는 아들(아이들)이 바글바글 했지만 요새는 하나도 없니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그럴것이 소시적 까까머리로 흔히 일본말로 바리깡으로 빡빡 밀던 시절에야 학생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요즘은 두발 자유화로 찾는 학생들이 없게 된 것 같다. 

 

겨울엔 연탄불로 이발관 내를 따뜻하게 하기에 그 연탄난로는 쓰임이 많다. 특히 면도를 할 때는 까칠한 털솔로 비누거품을 연통에 문질러 따뜻한 거품을 만들어 면도를 한다. 순간적으로 닿는 거품은 뜨겁기 짝이 없지만 이내 젖은 수건으로 몇 번 얼굴을 문대고 면도칼로 면도를 한다.

 

연통에는 가끔 수건을 감아 말리기도 하고 때로는 온수 장치가 없던 시절에는 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가끔은 옥수수 몇알 넣고 옥수수차를 끓여 나누었던 연탄난로의 추억이 그립다.

 

사장님 혼자 하기가 버거운 날이면 사모님이 도왔다. 머리를 감기고 오신 손님들에게 따뜻한 믹스커피를 대접하는일은 사모님 몫이었다. 결국 도우면서 두 번의 허리수술로 큰병원 수술을 하도록 그 분 역시 청춘을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에서 보냈다.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에서는 지역사회복지, 지역정치, 지역경제, 지역문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다루어지는 그야말로 포럼과 공론의 장(場)이었다. 이발관 주위의 이웃에 대한 이야기... 누가 아프고, 누가 생활이 어렵고, 물가는 어떻고, 누가 정치를 잘하고, 심지어는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의견들도 가감없이 논해지는 대화와 정보공유의 장이었다.

 

요즘은 지역마다 옛 것을 소중히 여기는 다양한 논의들이 활발하다. 옛것은 우리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담고 있다. 옛것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익숙함을 주며,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옛 것은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상기시켜주고, 과거의 지혜와 가치를 전해주기도 한다.

 

분명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은 나에게 특별하게도 옛 것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소중한 추억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버렸다.

 

작년 가을, 여느때처럼 머리를 깎으러 갔던 그 이발관은 굳게 철문이 잠겨 있었고 건강문제로 폐업을 했고 그 장소는 모두 뜯겨 버렸다. 너무나 안타깝고 절망스러웠다. 나의 소중한 추억이 산산조각 난 것 같은 절망감이 엄습했다. 비록 더 이상 일을 하지는 못하게 됐지만 그 이발관을 그대로 보존했으면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소중히 보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구 안동역도 마찬가지다. 안동역사가 옮겨지고 다양한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 끝에 모 홍보SNS에 “구)안동역의 놀라운 변신! ‘모디684’를 소개합니다”라고 소개하면서 안동역은 사라지고 말았다. ‘첫눈이 내리는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의 추억을 목놓아 노래로 불렀던 진성가수의 “안동역에서”의 추억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명소였다. 그 안동역이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안타까워 하는 시민들이 너무 많았다.

 

전국에서 안동역이 그리워서 천리길 달려온 안동역을 찾는 이들에게 그저 반기는 것은 쓸쓸하고 초라한 노래비 하나다. 방치된 노래비를 보면서 과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하니 안동이 고향인 내가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다. 다행히 중앙선 1942, 구 안동역이라는 현판으로 최근에 바뀐 걸 보면 참으로 다행스럽다. 

 

오래된 유적지를 잘 보관하는 이유는 이러한 유적지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유적지를 방문하고 연구함으로써, 과거의 지혜와 문화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문화유산들이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안동지역에 많은 문화유산들은 나름대로 잘 보존되고 있고 다행히 우리 안동시의 각 유관부서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즈음 문화적 가치를 지닌 오래된 추억이 깃든 이발소나 오래된 건물들을 잘 보존한다면 가치가 높을 것이며 전수조사를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과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

 

곧 안동중학교 구내이발관 사장님을 찾아 그때 그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어서 오이소~ 그래 별일 없었나?”

“워예든동 건강이 최고데이~ 가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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