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국회의원의 장롱 속 억대 뭉칫돈이 시중에 공개됐다.
곧바로 같은 당 이재명 대표의 억대 현금 보유를 둘러싼 논란이 뒤를 이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가 지난해 6월,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모 씨가 이 대표 자택에서 현금이 든 종이가방을 들고나오는 걸 봤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당시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물론 그 내밀한 속사정이야 당사자만 알 뿐, 외부인들로선 그저 짐작할 뿐이지만 저간의 과정이 그저 상식 밖이라 헤아리기가 힘든 셈법과 같다.
역시나 두 사람 모두 입을 맞춘 듯이 전혀 문제가 없는 돈이며, 검은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본인들이야 손사래를 치며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상당수 국민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트위터를 통해 정치인들의 장롱 속 뭉칫돈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정상적 사고를 지닌 일반인들로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의아함마저 사고 있다.
당시의 비판적 잣대대로라면 자신의 현금 보유와 관련해선 어떤 시각이 올바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만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시의적절하게도 이 대표의 현금 보유와 관련해 날카롭고 명쾌하게 잘 분석한 글이 있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옮겨 봤다.
다음은 중앙일보 김정하 정치디렉터가 ‘김정하의 시시각각’에 게재한 “장롱도 이자를 주나 보지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테크에 밝은 정치인이다. 그는 28세에 처음으로 친구의 권유로 주식에 손을 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작전주여서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었다.
그는 삼프로TV와의 인터뷰에서 “그 뒤로 갑자기 일하기가 싫어져 하루 종일 단타만 하게 되더라. 결국 단타도 성에 안 차서 선물, 콜옵션, 풋옵션 매도까지 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성남시장에 취임한 뒤 지난 2010년에 공개한 첫 공직자 재산신고를 보면 전체 재산 18억3,179만 원 중 주식만 9억3,736만 원이었다.
이런 이재(理財) 본능이 있으니 대선에서 패배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2억3,000만 원대의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의 삶 궤적에서 보면 오히려 일관성 있는 재테크 감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자신의 억대 현금 보유 사실을 조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 "재산신고도 명확히 했고 출처도 밝혔는데 그것이 문제가 있는 것인 양 말하는 것은 쇼"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 대표의 재테크에서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그가 현금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검찰이 이 대표가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억대 현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돈이 대장동 일당 측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을 들여다본다는 것인데, 이 대표 측은 즉각 해명문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대선 경선 기탁금, 사무실 임차 비용 등으로 2억7,000여만 원을 처리하기 위해 당시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농협 계좌에 입금했다.
그 현금은 2019년 3월 20일 1억5,000만 원 인출, 같은 해 10월 25일 5,000만 원 인출, 2020년 3월 모친상 조의금 등으로 보관 중인 돈이었으며 해당 현금 보유는 재산신고를 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거액을 집에 장기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건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저금리 시절이었다지만 2억 원을 2년 정도 은행에서 굴리면 세금을 빼도 최소 500만 원 이상의 이자 수입이 생긴다.
그런 수익을 포기하고 2억 원을 굳이 장롱에 넣어 둔 사연이 뭘까.
게다가 이 대표는 2019년 10월 자신의 분당 아파트를 담보로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찬진 변호사로부터 5억 원을 빌린 사실이 재산 내역에 나와 있다.
이 대표 해명대로라면 당시 갖고 있던 2억 원의 현금은 2021년 6월까지 고스란히 집 안에 놔둔 채 별도로 5억 원을 빌린 셈이 된다.
이게 납득할 수 있는 얘기인가? 2019년 재산 내역을 보면 당시 이 대표는 현금 2억 원을 포함해 총 16억6,794만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었다. 재산 상태만 놓고 보면 지인에게 5억 원을 빌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이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주택담보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자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시 은행에서 저리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더 높은 금리로 지인에게 5억 원이나 빌렸다는 건 평소 이 대표의 재테크 감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던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장롱 속 뭉칫돈도 비슷한 의문을 낳는다.
지난달 검찰이 노 의원 자택을 압수수색 하면서 장롱 속에 있던 현금 3억여 원을 발견했다.
이에 노 의원 측은 당 인사들에게 “2020년 출판기념회 때 남은 돈과 부친 부의금”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 이자를 포기하고 굳이 거액을 장롱에 보관한 까닭이 뭘까. 찾아보니 노 의원의 부친상은 2014년이다. 부의금을 8년간이나 현금으로 보관 중이었다고?
이재명 대표는 2012년 성남시장 시절 “참 이상하죠? 돈 많은 분들은 왜 돈을 장롱에 보관할까요. 장롱도 이자를 주나 보지요?”라는 트윗을 날린 적이 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장롱엔 돈을 100년을 넣어 봐야 1원도 안 붙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에는 굳이 이자를 포기해 가며 장롱에 거액을 보관하는 분들이 있으니 백성들은 그 깊은 사연을 헤아리기가 힘들다. 」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이 가는 글이다.
또 반박의 여지 없이 논리정연한 명문이다.
대부분 국민이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같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터이다.
김정하 정치디렉터가 의문을 갖는 부분에 대해 두 사람의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제에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두 의원께서 재차 반론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아니면 장롱 속에 뭉칫돈을 넣어 두니 도깨비방망이처럼 이자가 불어난 건지 연유가 있을 터, 속 시원하게 밝혀주길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