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임인년은 가고 계묘년 새해를 맞았다.
모두가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차 있으나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그다지 녹록하지만은 않다.
이 가운데 북한 핵(核) 문제는 최대 현안으로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연말연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연일 충격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매체를 통해 초대형방사포 성능 검증에 따른 발사였음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김정은 역시 이 방사포가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고, 전술핵 배치도 가능하다’라며 성능을 과시했다.
복수의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마지막 날 방사포 발사에 이어 새해 첫날 새벽 2시 50분쯤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평양 용성 일대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400km가량을 날아 동해상에 떨어졌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미사일의 고도 등 세부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초대형방사포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검수사격’이었다고 주장했다.
구랍 31일 발사한 방사포탄 3발은 ‘동해 섬 목표를 정확히 명중해 무장 장비의 전투적 성능이 과시됐다’라고 밝혔고, 지난 1일 새벽 도발과 관련해선 ‘서부지구의 장거리 포병구분대로 인도된 초대형방사포로 포탄 1발을 동해를 향해 사격했다’라고 주장했다.
초대형방사포 실전 배치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방사포 발사 당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초대형방사포 증정 행사를 열었다’라고 보도했다.
600mm 초대형방사포 30문이 증정된 이 행사에는 김정은도 참석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적들의 망돌질에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이라는 단호한 대응 의지를 선언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미제와 괴뢰군대를 여지없이 압도할 주체 무기 생산에 분투해야 한다."라며 군사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처럼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미, 대남 강경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한반도에서의 '강 대 강' 대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무지 그 저의를 예측할 수 없는 행보로 인해 내일은 또 무슨 돌발사태가 벌어질까 하는 우려와 함께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한편으론 북한이 어떤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끝까지 밀고 나가 어떤 방식으로든 결판을 보겠다는 모험주의에 빠진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이 같은 모험주의는 재앙을 자초할 위험이 있을뿐더러 자칫 그들이 그것까지 각오한다면 한반도의 상황은 모두에게 불행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물론 아직도 유력한 분석처럼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과의 대결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자 의도적으로 난폭한 행동을 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가 진정 이것이라면 그들의 계산법은 대단히 어리석고 부정확한 것임을 또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난폭한 행동은 그 정도를 더함에 따라 상대편 강경파들을 더욱 결집하게 하고 온건 협상파들의 입지 약화라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 미약한 목소리를 내던 온건파들도 이제는 북한 핵의 위험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 현 단계에서 유엔을 비롯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의 국제 연대를 통해 북한을 총력 압박한다는 전략 아래 강경 기조를 표명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관계가 북핵 문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외교가에선 중국 당국이 그동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스스로 '건설적 역할'을 얘기하면서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과 관련해선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줄곧 제기해왔음을 들어 "올해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성사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난해 11월 14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 당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합리적 우려’를 얘기하며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해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라는 북한 측 주장에 사실상 동조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비롯한 대부분 대북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뇌부가 북 핵 위협에 굴복해 대화에 나서는 일은 없다고 거듭 천명해 왔기 때문에 의회 내 일부 온건파와 여론, 그리고 유럽 우방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극적 반전이 없는 한 방침 선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 상황으로선 결코 낙관적일 수 없는 북한과 미국 간 양보 없는 대치가 바로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긴장 고조의 결과 가장 큰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쪽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필사적으로 북한의 자제를 요구하고 미국에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왔으나 그 결과는 초라하다.
이 때문에 이런 중차대한 북핵 문제에 신중함을 보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강경 일변도의 대응만이 또 다른 해법일 수는 없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의 문제 해결 노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면 이제는 상황 악화의 수레바퀴에 급제동을 걸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창의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중론이다.
둥글고 환한 해가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올라와 장엄하게 계묘년 새해를 열었듯이 북한 핵 문제 또한 인내심을 동반한 설득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우리 모두 간절하게 소원해 보자.
<</span>허언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