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대국임을 자랑해오던 중국이 최근 볼썽사나운 꼴을 부리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복수의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10일 한국인에 대한 중국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중국의 조치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검역 조치 강화에 따른 보복성 행위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검역 강화 조치에 중국이 ‘비자 발급 중단’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첫 번째 대상국이 바로 우리나라였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본국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주한 중국대사관과 총영사관은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을 알린다.’라고 밝혔다.
중국은 같은 날 오후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행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일본 여행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오늘 일본에서 중국으로 가는 비자 수속을 정지했다고 여행사에 통보했다. 비자 발급 정지 기간과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라고 보도했다.
발급이 중단된 중국 단기 비자의 발급 목적엔 상업무역, 관광, 의료, 개인 사정 등이 포함된다.
중국 내 가족이 있는 경우 최대 180일까지 현지 체류가 가능했던 가족 동반 단기 비자 역시 발급이 중단됐다.
30~90일간 비즈니스 목적으로 중국에 체류하는 상용 비자는 중국 측의 초청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중국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조치는 한국 정부의 검역 강화 조치를 ‘차별적 입국 제한’이라고 규정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번 비자 발급 중단 조치의 이유로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을 앞세웠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따른 한국의 검역 강화를 ‘차별적 제한 조치’로 규정한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와 관련해 ‘비자 발급 중단 조치는 한국의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중국에서 입국한 내·외국인에 대한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의무화하고 항공편을 대폭 축소했다.
외교·공무 등 필수 목적 이외의 단기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또 지난 5일부터는 중국발 입국자에게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19 확진 비율이 30%에 이르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이 같은 검역 강화 조치는 불가피한 방역 조치로 평가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9일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가 과학적이고 객관적 근거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란 점을 설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과학적 근거에 따라 한시적으로 꼭 필요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것임을 설명했고, 중국발 입국자의 확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점도 알렸다’라며 ‘이번 중국 조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강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인도, 호주 등 최소 16개국 이상이 앞서 공통으로 취한 조치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그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 특정국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비자 발급과 관련 업무를 중단한 것은 사실상 상호주의에 위배되는 행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대사관이 직접 ‘차별적 제한 조치’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중(對中) 검역 강화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이번 비자 발급 중단 조치는 매우 감정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뒤늦게 입국 제한 조치를 발동한 한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며 ‘이는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대외 전략에 대해 중국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의미인 동시에 앞으로는 더욱 큰 보복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비자 발급 중단과 관련해 ‘소수 국가는 과학적 사실과 자국의 감염병 발생 상황을 외면하고 여전히 중국을 겨냥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고집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대등한 조치를 했다’라고 말했다.
끝끝내 한국에 대한 비자 보복이 정당하다는 왜곡된 주장을 하는 등 치졸한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비자 발급 중단에 이어 하루 뒤인 지난 11일엔 한국과 일본에 대해 72시간(3일), 144시간(6일) 동안 중국을 경유하는 경우 허용하던 비자 면제 제도도 중단했다.
다만 24시간 동안 경유할 경우는 기존대로 비자 면제를 유지했다.
중국은 경유 여행자에게 일정 시간 동안 중국 공항 등 지정된 곳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서는 이런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4시간 동안 비자 없이 중국을 경유, 3국으로 가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24시간 동안 비자 없이 중국을 경유하는 것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 이민관리국은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 현지에 도착해서 발급받는 ‘도착 비자’ 발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도착 비자는 인도주의적 사유나 긴급한 사업상의 이유 등으로 도착 이후에 발급받는 비자를 뜻한다. 이민관리국은 이런 조처들이 이날 즉시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의 행태에 대해 중국 자국민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조치에 부화뇌동하면서 오히려 우리나라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에서도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일부 중국인은 자국 정부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한 미국, 일본, 유럽 각국 중 유독 한국 국민에게만 대응 조치에 나선 자국 정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한국 정부보다 더 먼저 중국발 입국자 제재를 했던 이탈리아와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조치도 없는 것이냐’라며 ‘해당 국가들에게도 이와 동등한 수준의 강력 대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다른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떠하냐’라고 반응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자국민조차 이해할 수 없는 옹졸한 행위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이번 한중 간 방역 갈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 국가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을 취하고 있어 입장을 당장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가 국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수출입은 물론 여행업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은 고도의 외교 전략을 통해 시급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중국의 치졸한 몽니에 말려 보다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span>허언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