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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스피어
  • 임영희 편집국장
  • 등록 2023-01-14 10: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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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리 여 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이웃, 곰팡이 세상

맥주, 버섯, 항생제를 낳은 곰팡이의 과학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도시’,
로스 미크로비오스Los Microbios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오늘도 곰팡이를 키웁니다”
곰팡이를 키우고, 곰팡이를 먹고, 곰팡이를 죽이는
곰팡이 학자의 곰팡이 이야기





"가끔 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나는 일단 “미생물학 연구를 합니다”라고 답한다. 대부분은 여기에서 “아, …” 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간혹 "어떤 분야를?”하며 한 번 더 물어 오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럴 때면 쭈뼛거리며, “곰팡이요”라고 얼버무린다. 왜 쭈뼛거렸을까? 곰팡이가 연구 주제라는 게 부끄러운 건가, 아니면 곰팡이에 대해 갖고 있을 선입견을 괜스레 걱정하는 걸까? 어떨 때는 “병원성 곰팡이가 사람에게 어떻게 병을 일으키는지 연구합니다”라고 답을 하는데, 그래도 뒤돌아 서서는 “이구, 좀 멋있게 포장해서 얘기 했어야지”하며 후회한다. 참, 그러고 보면 곰팡이는 어디에 붙여도 그렇게 폼 나는 말은 아니다.”

“곰팡이 얘기라고?” 호기심에 이 책을 집어 든 사람들이라면, 넋두리 같은 첫 대목에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딱 30초만 더 읽으면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 연구원의 모습이라는 것을. 잠시라도 경험하거나, 아니면친구의 친구의 친구 얘기라고 건너 들었을지라도 이런 얘기는 어떤 경로로든 한 번은 들었을 법한 익숙한 레퍼토리다. 취업과 진학, 전망 없는 전공, 국내 박사, 외국 박사, 박사후연구원.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그냥 하지 뭐~!’ 하며 갈 길을 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인지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친밀함에 계속 읽어 나가다 보면, 예측 가능한 어려움을 하나씩 견뎌 내고 허들을 하나씩 넘는 ‘레벨 업’의 흥분마저 느껴진다.

교과서라면 저자의 삶이 드러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에세이에서는 오히려 지식만 있고 글쓴이의 인생을 잠시라도 들여다볼 수 없다면, 얼마나 건조하고 팍팍할지! 이 책에는 바로 글쓴이의 생각과 생활이 제대로 배어 있다. 몇 페이지만 읽더라도 바로 느낄 수 있다. “곰팡이는 이런 특성이 있는데, 이런 성격의 글쓴이가 저런 경험을 하면서 알게 되었을 거라고.” 우리가 아는 전문가들도 모두 오래전 초보인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도 우리처럼 하나하나 실수하며 배웠을 것이다. 과학은 이 우주에 하나일지 몰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과학책을 읽으며 빨려 들어가는 부분은 바로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과학’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이 책에는 바로 이런 ‘과학 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다.

이런 곰팡이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깨끗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준비하는 일을 뒤로 제쳐두는 연구자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사람도 한끼 밥을 안 주면 난리가 나는데, 말도 못 하는 미생물에게 밥을 안 주면 도대체 이들을 데리고 무슨 연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면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할 수 있을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필요한 것은 다 해줄게!” 곰팡이를 비롯한 미생물 연구자의 일상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미생물 급식 노동자’라고 불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실험실의 하얀 가운 입은 사람들에게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밥’이었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 과학자의 모습도 책 곳곳에 드러난다. 일하는 엄마라 딸아이 학교를 자주 찾지 못한 미안함, 병원성 곰팡이를 연구하다 보니 돌쟁이 아이에게 우연찮게 생긴 곰팡이병이 자신의 탓인 듯 안쓰러워하는 모습. 자신의 몸을 불렸다 일부를 떼어내 번식하는 효모를 “딸세포”라 부르며 정겨워하는 손짓에서, 아마도 중년의 남성 과학자들이 가장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은,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자신의 모습이 이 책 곳곳에 가득하다.

이런 생각은 생물학에 대한 안타까움으로도 이어진다. 생물학을 공부하고 이십 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생물학이 왜 외울 것만 많은 재미없는 과목이 되어야만 했는지 아쉬워 한다. 사춘기 딸에게 ‘엄마는 미생물 너드(nerd)야’라고 불리면서도, 끊임없이 곰팡이와 미생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수천억 생물은 모두 다 다르겠지만, 그들을 아우르는 공통의 원리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보고, 이제 같이 찾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그 원리를 ‘함께 어울려 사는 삶’, 즉 공생에서 찾고 있다. 곰팡이가 가장 잘 하는 것이고, 아마도 글쓴이 자신에게도, 그리고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살아온 날의 반 이상을 곰팡이와 함께 했지만 생물학을 공부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간의 몸에 살면서 이롭게도 혹은 해롭게도 변할 수 있는 곰팡이를 연구하며 조금씩 곰팡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다. 도대체 이 작은 녀석이 우리와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기에 우리의 몸 상태가 바뀌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즉각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걸까? 또 이 녀석들은 같은 자리에 살고 있는 다른 미생물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걸까? 작은 곰팡이에 대한 경이로움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으며 삶의 방식을 정한다”는 단순한 사실이 모든 생명 현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곰팡이 하나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곰팡이와 사람의 관계로 시야가 넓어졌고, 조금 더 깊이 파고들다 보니 곰팡이와 관계를 맺은 무수한 생물과 함께 그동안 알지 못했던 위대한 곰팡이의 세상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한데 어울려 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연결,
곰팡이가 이어주는 생명의 언어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면적이 서울의 두 배가 넘는다. 그곳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글쓴이는, 곰팡이를 비롯한 미생물 세상에도 거대한 도시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로스 미크로비오스(Los Microbios)’다. 천사들의 도시라는 LA를 빗대 만든 말이다. 정식 명칭은 생물막(biofilm)이다. 생물막은 서로 다른 미생물이 한데 모여 이룬 도시다. 여기에는 길이 있고, 건물도 있고, 공장도 있다. 바깥과 안쪽에는 서로 다른 미생물이 살고, 들어 오는 미생물과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는 미생물이 있다. 몇 안 되는 개척자 미생물이 살만한 곳을 찾으면 편모를 접고 정착한다. 이들은 빠르게 분열하여 개체수를 늘리고, 일정 수 이상이 되면 끈적한 물질을 분비해 구조물을 짓고, 자신들을 서로 단단하게 달라 붙게 만든다.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오면 자신들만의 영역에 터전을 잡는다. 한적한 교외를 좋아하는 사람과 북적이는 도심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생물막 안쪽은 산소투과도도 떨어지고 양분도 적다. 산소 없이 살 수 없는 미생물이 주로 살며, 천천히 자라며 구조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반면 생물막 바깥쪽에는 외부의 환경 변화를 빠르게 알아채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는 미생물이 주로 산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난다.

인간 사회와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여행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 견문이 넓어져 생각이 깊어지고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낯선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 서면 나의 삶과 같거나 다른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 몸소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양과학서는 이런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 “아니, 미생물도 이렇게 모여 살며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단 말인가, 우리와 크게 다른 것 없이.” “아, 이렇게 하면 더 조직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겠구나.” “이런 게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이구나”라는 작은 깨달음. 우리는 그들이 어울려 사는 방식을 보고, 새로운 공생의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글쓴이는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살아온 이력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자신을 내려 놓았다. 뭔가를 얻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그것도 자신의 의지로 왔지만, 힘든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신혼집의 작은 부엌과 실험실의 좁은 벤치만이 다른 사람이 쉽게 터치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평탄했지만, 오래 갈 수는 없었다. 그곳은 동굴이었고, 삶은 동굴 밖에 있었다. 어둠을 비추는 빛은 관계에 있었다. 지나고 나니 그제야 보였는지도 모르고, 퍼즐의 아귀를 맞추고 싶어 억지를 부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글쓴이는 곰팡이를 공생자로 보는데, 그게 자신에게도 그렇게 잘 맞는지를 알아 버렸으니. 아니, 어울려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바로 공생자인걸.

광합성이 가능한 조류나 남세균과 곰팡이가 함께 사는 것을 지의류라고 한다. 생명력이 강해 아주 춥거나 더운 곳, 삭막하고 메마른 곳, 심지어는 방사선이 쏟아지는 우주에서도 살아간다. 조류나 남세균은 광합성 산물을 곰팡이에게 나눠 주고, 곰팡이는 그들에게 단단한 보호막과 지지대, 그리고 무기물을 제공한다. 두 생명 모두에게 서로 이로운 공생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자주 나는 산불로 검게 된 황야에 가장 먼저 생명을 틔우는 것도 이들 지의류고, 춥고 건조한 북극에서 순록의 먹이가 되어 주는 생명도 바로 이들이다. 여럿이 모여 살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지의류만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태양 자외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도 별 이상 없이 생명을 이어가는 이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연구하는 화장품 회사들의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지의류는 대개 한 종의 곰팡이와 한 종의 조류나 남세균이 만나 공생체를 만든다고 지난 140여 년간 믿어져 왔는데, 불과 몇 년 전 제3의 공생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생물학 교과서의 내용을 크게 고쳐야 할 중요한 발견이었다. 곰팡이 연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빈약한 실정이다. 대학에서는 아직 식물학과의 일부 프로그램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제 곰팡이는 산업계에서는 대사산물의 무궁한 활용 가능성으로, 학계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지식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교과서를 창밖으로 던져버릴,” 최신의 지식이 담긴 이 책에서 곰팡이의 공생을 찾을 수 있다.

항생제는 세균만 죽이지만,
항진균제는 사람도 죽일 수 있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는 참 애처로운 이야기다. 성병으로 생식 능력을 잃은 남자에게 부인이 자기 핏줄이라며 아이를 안겨 준다. 내 아이라면 나와 닮아야 하는데 라며, 닮은 곳을 찾고 찾고 또 찾는다. 그렇게 찾아낸 곳이 바로 한쪽으로 약간 굽은 발가락 하나. 아마도 아빠와 아들이라는 가족의 시작은 그렇게 억지로 만들어낸 ‘닮은’ 발가락 하나에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곰팡이에서도 이런 닮은 점 찾기를 할 수 있다. 효모와 푸른곰팡이, 버섯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곰팡이는 동물과 식물 중 어느 쪽과 더 많이 닮았을까? 이런 닮은 점 찾기는 이제는 유전자 분석으로 가능하다. 유전체 분석을 해보면 어떤 생물이 유전적으로 유사한지, 혹은 얼마나 유사한지 알 수 있다. 얼핏 보면 곰팡이는 식물과 많이 닮았다. 버섯의 모양이 그렇고, 버섯이 사는 숲속이 그렇다. 하지만 분석을 해보면 곰팡이는 오히려 동물에 훨씬 가깝다. 이 책에서는 곰팡이의 역사와 기원을 거슬러 가며, 이런 곰팡이의 닮은 점 찾기에서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친다.
글쓴이는 병원성 곰팡이를 연구한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곰팡이가 우리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한 의사나 진균학자는 거의 없었다. 곰팡이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너무나 닮은 데다, 오랜 세월 함께 지내며 인간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암묵적 규칙들이 하나둘 깨지고 있다. 에이즈에 걸려 면역 결핍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입속에 하얀 곰팡이 패치가 자라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허파와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분명히 보지 않았는가? 코로나19 감염병에 힘들어 하는 우리에게 털곰팡이가 일으킨 그 끔찍한 만행을. 그냥 퍼렇게, 붉게, 혹은 검게 균사가 내려 앉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곰팡이 포자가 사람의 온몸에서 자라며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로 만들어 낸 항생제다. 이들 항생제는 인간 세포에는 없는 세균의 세포벽을 깨거나 세균의 특정 효소나 대사 작용을 방해해서 세균을 죽이거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 곰팡이의 대사 작용은 대부분 사람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곰팡이의 대사 활동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내더라도, 이들 물질이 사람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이유다. 이렇게 닮은 점을 찾아내는 것은 학술적인 관심을 넘어 의학과 각종 산업에도 상당히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중남미 아메리카의 개구리와 두꺼비가 죽어가고 있다. 이유가 뭘까?양서류의 피부에 자리 잡는 항아리곰팡이 때문이다. 사람에게 곰팡이가 산다면 그냥 좀 귀찮은 무좀이나 버짐일 뿐이지만, 양서류에게 피부에 생긴 곰팡이병은 치명적이다.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에게 피부에 생긴 곰팡이병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기 때문이다. 이런 곰팡이 병은 단지 양서류에 그치지 않고, 북아메리카의 박쥐에게도 치명적으로 발병하고 있다. 박쥐 하면 인수공통감염병의 매개체라고 알려져 있어, 없어져도 좋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생명의 다양성 측면은 물론 인간의 삶에도 박쥐는 꼭 필요하다. 박쥐는 주로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데, 이들이 대부분이 우리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만약 박쥐가 없다면 이들 해충은 창궐할 것이고, 농업 생산량이 곤두박질칠 것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분명하다.

“똑똑, 거기 누구 없어요”
말 많은 수다쟁이, 곰팡이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사고로 눈이 먼 퇴역 장교(알 파치노)에게 삶의 의미는 냄새로 찾아온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거창한 이념이나 단단한 신념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코끝을 스치는 여인의 향수와 비누향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자살 시도에 실패하고, 숨기고 싶은 과거와 한줄기 신념을 담은 연설이 끝나자마자 여인의 비누향을 낚아채는 생의 본능. “그래, 바로 이게 사는 거지!”

트러플이라고 불리는 서양 송로버섯은 강렬한 향으로 일품 요리에 자주 올라온다. 독특한 향만큼이나 구하기도 쉽지 않아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런데 이 버섯을 실제 보면 꼭 흙 묻은 감자를 닮았다. 땅 속에 들어 있어, 땅을 헤치고 파내야 한다. 한 가지 의문? 아니 버섯은 포자를 날리기 위한 구조물이라는 걸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배우는데, 그럼 트러플은 어떻게 번식을 하는 거지? 땅에 막혀 포자를 퍼뜨릴 수 없는 트러플은 강렬한 향으로 동물을 유인해 땅을 헤짚어 자신을 먹게 하고, 온 산과 들로 돌아다니는 동물의 배설물로 포자를 퍼뜨린다. 트러플의 향은 바로 이들 동물을 유인하는 용도였다.

그럼 이런 트러플의 향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고 싶으면, 말로 그 사람을 부르는 것처럼, 곰팡이도 이 향으로 주위의 동물을 부르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말과 구조는 다를지 몰라도, 이들의 역할은 다르지 않다. 곰팡이는 말이 아주 많다. 주위 모든 식물의 말을 듣고, 이들의 말을 사방에 전달한다. 식물의 뿌리에 살면서 주위의 나무들과 양분을 나누고, 해충의 침입에 함께 대비하며, 엄마 나무는 어린 나무가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도록 조율한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할 뿐이지, 말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소통과 공감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고, 인간과 식물, 동물과 미생물이 함께 어울려 사는 생태계의 바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곰팡이의 놀라운 생명력과 중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외치는 나무의 뿌리에는 소리 없는 외침을 전달하는 곰팡이가 있다. 곰팡이의 소통과 공감은 식물은 물론 다른 여러 생물과도 함께 한다. 이제 바다 속 작은 오징어가 내뿜는 밝은 불빛을 본다면, 누군가 큰 소리로 부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책소개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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