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의 글 스몰 트라우마의 독소가 넘쳐나는 사회
들어가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게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
[P.9] <스몰 트라우마를 무시하는 사회>
나를 찾아온 내담자 대다수는 심각한 심리적 외상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길에는 늘 움푹 파인 구덩이나 툭 튀어나온 턱이 있어 상처를 입는 법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스몰 트라우마'를 무시하라고 배워왔다. 감지하기도 드러내기도 어려운 작은 상처들은 우리의 정서적 내면깊숙이 쌓여서 적립된다. 그리고 이런 심리적 토사 더미는 결국 우리의 행복과 안녕에 영향을 미친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치지는 않았더라도 그 무게가 피로와 불안, 자신감결핍을 잡아끄는 것을 분명 감지한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현대사회 특유의 여러 정신적, 신체적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P. 30] <학창 시절의 미묘한 상처>
스몰 트라우마는 괴롭힘 같은 심각한 폭력보다도 더 미묘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학교에서 경험하는 노골적인 괴롭힘이나 따돌림은어린 시절에 겪는 주요한 빅 트라우마로, 많은 아이가 이를 힘겹게 견뎌내곤 한다. 그러나 보다 덜 노골적인 무시나 네모난 구멍에 혼자 둥근 막대가 되어 꽂혀 있는 듯한 이질감, 운동장에서 당한 굴욕, 시험 스트레스, 의미 있는 학습보다 학급 내 계급을 중시하는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한 압력 등도 많은 아이에게 스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P. 47] <외로움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
역사상 사람들이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된 동시에 이처럼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시대는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도 외로움과 사회적고립감이 증가하고 있긴 했으나 이 전 세계적인 유행병은 많은 이의정신 건강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여기서 다시한번 강조한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다. 재택근무와 끝없는 영상통화, 온라인 쇼핑 같은 첨단 기술로 바이러스 대유행병을 이겨낼수 있다는 건 멋지지만 신체적 접촉의 부족은 많은 사람에게 스몰 트라우마를 불러일으켰다.
만성적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만 해도 이는 주로 고령층을 중심으로제기되는 주제였으나 2020년 이전에도 많은 청년이 외로움과 관련된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여기서 명심할 점은외로움이 사회적 고립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