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백신 후유증에 대한 법원의 정부 책임 인정 판결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30대 남성이 ‘예방접종 피해 보상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뇌 질환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가 예방접종 전에 매우 건강했으며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고, 예방접종 다음날 두통과 발열 등 증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정부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언급했던 증상들’이라며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판결에 불복한 질병관리청의 항소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직 정부 보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지부진했던 그 간의 정부 보상에 한 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가 크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후 부작용이 생겨 정부에 피해 보상을 신청했으나 실제 보상을 받는 경우는 3분의 1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첫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2월 26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년 반 동안 예방접종 피해 보상 신청 건수는 이의 신청 3천681건을 포함해 모두 8만7천304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6만4천984건에 대한 심의가 끝났는데 인과성을 인정받아 보상이 결정된 건수는 사망 8건을 포함해 2만801건으로 32%에 불과하다.
이 중 1만5천663건은 하루 5만 원의 간병비가 포함된 진료비를 상한 없이 100% 돌려받는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1건과 심근염 7건으로 숨진 8명에게는 장제비가 포함된 사망 일시보상금 4억5천900만 원이 각각 지급된다. 나머지 5천138건은 본인 부담금 기준 30만 원 미만의 소액 진료비를 신청해 보상받기로 된 이들이다.
질병청은 ‘현재 소액 진료비 보상 신청 1만6천95건에 대해 각 시도에서 자체 심의를 거쳐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따라서 소액 진료비 보상 신청 대상자는 이보다 많고, 실제로 예방접종 피해 보상이 확정된 건의 대부분은 이 같은 소액 진료비 보상 신청자들’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시행하는 백신 피해 보상 폭이 너무 좁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백신 후유증과 질병·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로나 백신을 맞고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고 정부에 신고된 건수는 지난 10일 기준 47만 건이 넘는다. 두통 등 경미한 반응이 96%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급성 심혈관계 손상이나 영구 장애 등 주요 이상 반응은 1만7천269건, 사망도 1천849건이나 된다.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는 늘고 있는데, 사망자 중 명백한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8명으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질병청은 의료 지식이 부족한 일반 피해 가족들에게 인과성을 알아서 증명하라는 식이어서 사실상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는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백신 접종과 부작용 간에 인과성이 ‘명백’하거나, ‘개연성’이 있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보상을 해줬다.
하지만 피해 보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 7월 정부는 자료가 충분치 않아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라도 ‘관련성 의심 질환’ 대상자로 분류해 의료비를 최대 5천만 원까지 지원하거나, 숨진 경우 ‘사망 위로금’을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또 백신 접종 후 42일 이내에 사망했는데 부검 후에도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시 위로금 1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관련성 의심 질환 의료비 지원 대상이 된 환자는 모두 310명, 사망 위로금 지원 대상자는 6명이다. ‘부검 후 사인 불명 위로금’ 지원 대상자는 현재까지 45명에 이르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상 반응 신고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1.7배 높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가장 많고, 백신별로는 얀센이 0.59%, 아스트라제네카 0.54%, 모더나 0.45%, 화이자 0.31%, 노바백스 0.15%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상 반응 중 인과성 인정 비율이 높은 질병은 지난달 기준 심근염·심낭염이 43%, 아나필락시스가 36%였다. 반면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은 2%에도 못 미쳤다.
백신 접종 후유증에 대한 정부 보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처음 나오면서 그간 인과성 입증에 대한 어려움에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 부담을 느껴온 피해자들이 대거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인지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다른 소송과 마찬가지로 의학적 근거와 백신의 이상 반응 정보, 여러 제도적 절차에 기반해 적극적으로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불복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장은 ‘온 국민이 팔 걷고 나서서 백신을 맞았으니 조금이라도 억울하거나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하는 것이 맞다’라면서도 ‘명백하게 인과성이 없는 부분까지 국가가 다 책임지는 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이번 법원 판단을 계기로 백신 부작용 피해의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있다’라고 의견을 냈다.
앞서 정부 보상 첫 법원 판결을 견인한 30대 남성은 지난해 4월 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받았고, 이튿날 발열 증상을 느꼈다.
그러나 다음 달 1일 양다리 저림과 부어오름, 차가움과 뜨거움이 반복되는 감각 이상,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뇌에서 소량의 출혈성 병변이 확인된 그는 같은 달 8일 뇌내출혈과 함께 뇌혈관 기형의 일종인 대뇌 해면 기형 진단에 이어 20일 다리 저림 관련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이 남성의 배우자는 진료비 337만1천510원, 간병비 25만 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이 이를 거부했다.
당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는 백신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뇌혈관 기형은 백신 이상 반응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였다.
예방접종 등에 따른 피해의 국가보상을 규정한 감염병예방법 제71조는 필수 예방접종·임시 예방접종에 따라 예방접종을 받은 후 이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할 경우 진료비 전액 및 정액 간병비, 일시보상금 등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백신 후유증과 질병·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는 사실상 보상길이 막막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이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2천421명 중 인과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단 8명, 전체 의심사례의 0.3%에 불과하며 중증환자들도 인과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1% 미만이라고 항변했다.
백신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정부의 적극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방역 당국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난 15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소 하는 한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를 병행했다.
백신 후유증·피해 보상에 소극적인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정치권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 힘 소속 강기윤 의원은 지난 14일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과 부작용을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에 포함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 보상 특별법'을 발의했다.
강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 중 주목할 점은 백신 접종과 후유증·장애·사망 등 분쟁 발생 시 피해 인과관계 입증에 따른 책임을 질병관리청장이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비전문가인 일반인 대신 정부가 입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여서 법 통과 시 방역 당국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 후유증에 대한 정부 보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이 나오면서 그간 인과관계 입증 어려움과 정부 상대 소송에 부담을 느껴온 이들이 대거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피해 보상과 관련한 국가배상 소송은 9건이 진행 중이다. 판례를 중시하는 사법부 기조를 가늠해볼 때 이번 판결은 남은 8건의 소송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때문인지 방역 당국은 즉각 항소에 나서며 법적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1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줄을 잇는 보상요구 쇄도 및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일부 법정 다툼을 결심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으나 판례가 1건에 불과하고, 항소심과 상고심 등이 남아있어 언제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송이 급격히 증가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물론 변호사 선임 비용과 법원을 오가는 시간, 노력을 생각하면 경미한 사안까지 소송하기는 쉽지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증환자, 사망자 중 백신 후유증 의심 정황이 뚜렷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국가를 상대로 다퉈보겠다는 이들이 이전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여전히 의료 분쟁에서 피해자가 승소하기란 쉽지 않다.
강기윤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도 언제 제정돼 시행될지 아직 요원하다.
백신 피해에 따른 정부 보상 책임도 최종심까지 얼마나 걸릴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직 알 수가 없다.
물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로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강요 아닌 강요를 해야만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또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마땅하다.
백신 접종은 나의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안전을 위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이후 평소 건강했던 사람들이 차례로 스러져갔다.
건강한 운동선수였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40대 가장이 한순간에 주검으로 사라졌다.
정부가 이에 따른 책임을 외면한다면, 이들의 죽음을 도외시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과 타인을 위해 시간상 부작용 검증이 부족했던 백신을 순순히 접종하려 팔을 맡겼을지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멀쩡하던 자식을, 건강했던 가장을 어느 날 날벼락 맞듯이 갑작스레 이별했던 유가족들은 당시 백신 정국을 이끌어가던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피해 보상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로선 유가족들이 달리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당시 백신 접종을 강제했던, 최고 책임자였던 사람에게 호소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에 오늘도 그곳을 찾을 뿐이다.
정부가 차제라도 백신 접종 피해 보상에 좀 더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나서주길 촉구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일순간 이별해야 했던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길밖에 없다.
<</span>허언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