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따른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은 뒷전이고 서로의 탓만 하며 연일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8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대선 자금 명목으로 총 8억4천700만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김 부원장에게 정치자금법 혐의를 적용한 것은 그가 받은 돈이 이재명 대표 대선 자금에 활용된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김 부원장의 구속 이후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국감장에서 황급히 몰려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제지당해 무산됐다.
두 번에 걸친 시도 끝에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강경책을 구사하며 연일 여당과 검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운운하더니 이제는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압박에 나서는 등 여야 간 정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점입가경이다.
이런 판국에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묘한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은 27일 언론매체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오랫동안 지켜보고 관계를 맺어 왔으나 불법 정치자금, 어디 가서 공짜로 받아먹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말 굉장히 가난하게 살았지만 돈에 대한 욕심, 그런 건 아주 오래전에 뛰어넘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잘 주지도 않고, 사실 공짜 밥도 잘 사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왔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돈에 대한 욕심이 없으므로 불법 대선 자금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그의 발언 요지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사실 불편한 진실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19일, 진중권 광운대학교 교수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 주식을 매입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그런 상황 속에서 주식 투자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오후 방송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주식 투자를 비판했던 전재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질문에 진 교수는 "전 의원이 할 말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에 소속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패배 후 2억 원대 방산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관련 주식은 보궐선거 출마 결정전 보유한 것으로 국방위와 무관하다'라며 지난 13일 전량 매도했으나 논란은 더욱 거세져 갔고, 여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1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에 진 것은 이 대표 개인이 진 것이 아니라 넓게는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했던 1천6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진 것"이라며 "실망스럽다"라고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방송에서 전 의원은 "이 대표를 지지했던 숱하게 많은 사람이 뉴스도 못 보고 말하자면 널브러져 있는데 '혼자 정신 차리고' 주식 거래를 했다"라며 "일국·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는데 지지자들을 생각했어야 한다. 주식 거래는 사익에 해당하며 지지자들에게 실망스러운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민석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정치 보복과 이 대표를 향한 정치 탄압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지금 총구를 외부로 향해야 할 것"이라며 "이 시국에서 갈치 정치는 굉장히 심각한 해당 행위인데 가을이 되니 갈치 정치가 스멀스멀 올라온다"라고 전 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안 의원은 "큰 갈치 배를 가르면 작은 갈치가 나온다. 갈치는 갈치를 먹고 큰다"라며 갈치 정치란 제 식구를 잡아먹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이 대표의 주식 매입을 비판한 전 의원을 비판하는 현상과 관련해서도 진 교수는 "문제는 뭐냐 하면 그런 비판조차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각설하고 주식 투자는 결국 돈을 더 불리기 위해 하는 행위다.
돈에 욕심이 있던, 관심이 있던 지금의 보유 자산을 더 늘릴 목적으로 하는 것이 주식 투자다.
그렇다면 앞서 정성호 의원의 발언은 분명 모순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대표가 돈 욕심이 없다면, 진 교수나 전 의원의 말처럼 대선 패배로 지지자들이 낙심하고 있을 때 주식 투자를 할 생각이나 했겠는가.
돈 욕심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돈은 필요불가결한 재화이자 삶의 유지에 필수적으로 소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산을 운용하거나 불리는 건 필요한 경제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선 패배로 상처 입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마땅한 시점에, 더구나 지선을 앞둔 중차대한 때에 주식 투자를 했다는 사실은 정성호 의원의 발언과 너무나 배치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당의 대표를 옹호하고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무슨 말이라도 하기 전에 전후 사정을 잘 살펴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 의원의 말처럼 이 대표가 진정 돈 욕심을 뛰어넘은 사람이라면 무에 그리 걱정할 게 있을까 싶다.
돈 욕심을 뛰어넘었다면 불법 대선 자금 의혹과도 무관할 것이고 지금 한창 시끄러운 대장동 사건과도 관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용히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을 지켜본 이후 결과가 본인 말대로 이 대표가 모든 혐의를 벗고 돈 욕심이 없는 사람으로 판명됐을 때 여당과 검찰을 질타하고 추궁하면 될 일이다.
하면 외려 총선을 앞두고 큰 호재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국민들도 누구 말이 맞는지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데 정작 정치권은 모든 걸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에 이용하려고만 드니 참으로 불편할 따름이다.
<</span>허언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