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의 '퇴계 이야기' -2
  • 임정윤 기자
  • 등록 2023-09-22 09:39:23
기사수정
  • -소박한 밥상
  • - 김병일 원장 저 <뜻이 길을 열다 >중에서


 

얼마 전 집안 형님과 친한 벗이 퇴계 선생의 밥상에 관한 일화를 각각 SNS 로 보내왔는데 살펴보니 동일한 내용이었다. 흥미도 있으려니와 의미도 있어 소개한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퇴계가 고향에 돌아와 제자를 양성하고 있을 때 영의정을 지낸 권철 대감이 서울에서 도산서당을 찾아왔다그는 훗날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무찌른 권율 장군의 아버지다서울에서 명망 높은 이가 700리 머나먼 길에 일개 사숙의 훈장을 찾아온다는 것은 당시 관습으로 거의 드문 일이었다퇴계는 동구 밖까지 나가 영접하고 기쁜 마음으로 학문을 토론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식사 때가 되자 저녁상이 나왔는데 보리밥과 콩나물국가지나물산채북어무침이 전부였다산해진미에 익숙한 권 대감은 입에 맞을 리 없어 몇 숟갈을 뜨고 상을 물리고 말았다다음 날 아침에도 똑같은 음식이 나와 역시 몇 숟갈 뜨고 상을 물렸다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더 머물 수 없었다떠나면서 좋은 말씀을 부탁하는 권 대감에게 퇴계는 옷깃을 바로 하며 말했다

 

융숭한 식사 대접을 못해 매우 송구합니다그러나 제가 올린 이 식사는 일반 백성이 먹는 것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는 성찬입니다대감께서 입에 맞지 않아 제대로 잡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저는 이 나라의 장래가 은근히 걱정되옵니다무릇 정치의 요체는 백성과 같이 즐겨야 한다는 여민동락이옵니다관과 민의 생활이 그처럼 동떨어져 있으면 어느 백성이 관의 정치에 심열성복하겠나이까이 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권철 대감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수그렸다

선생이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도 들어 볼 수 없는 충고입니다. 집에 들어가면 선생 말씀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권 대감은 서울에 올라오자 가족에게 이를 전하고 지극히 검소한 식생활을 실천했다

백성들에 의해 구전되어 온 이 일화와 연관된 기록이 흥미롭게도 《퇴계 선생 언행록》에서 확인되었다. 제자 우성전의 기록인데, 내용은 이러하다.

 

 

선생(퇴계)이 일찍이 서울에 올라와서 서성안에 우거했는데, 지금의 좌의정 권공이 찾아와 뵈었다. 밥을 차려 대접하는데 반찬이 담박해서 먹을 수 없었던 선생은 마치 진미인 양 조금도 꺼리는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권공은 끝내 먹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입버릇을 잘못 길러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매우 부끄럽다라고 했다. 

 

제자가 기술한 내용이니 틀림없을 것이다실제로 두 사람이 만난 장소가 서울이고시기도 퇴계 만년(60대 후반)이 아니고 서성 안에서 살던 50대 초반이라 앞의 일화와 다소 차이가 있다그러나 대체적 줄거리는 같다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앞의 일화에서는 퇴계가 권철에게 나라 지도자는 백성과 같이 즐겨야 하며그래야 백성의 심복을 받을 수 있음을 일러 주었다는 대목이 추가된 점이다퇴계 선생의 입을 빌려서라도 백성이 정람 하고 싶던 말이 아닐까

《퇴계 선생 언행록》에는 음식에 관한 기록이 곳곳에 나타난다

 


끼니마다 음식은 두서너 가지에 불과했고, 더운 여름철에는 건포뿐이었다. 잡곡밥을 고량진미처럼 맛있게 드셨다. 일찍이 도산에서 선생을 모시고 식사한 적이 있는데 단지 가지나물, 무나물, 미역뿐이었다

 

선생은 일찍이 나는 정말 박복한 사람인가 보다.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답답하고 체한 것 같아 편치 않은데 거친 음식을 먹고 나면 바로 속이 편해진다라고 하셨다.

 


 

퇴계의 검약생활은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세수할 때는 질그릇을 쓰고 부들자리에 앉았으며, 베옷과 칡으로 엮은 신발에 대지팡이를 짚었다. 집이 좁고 허술하여 모진 추위와 무더위를 다른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했지만 선생은 여유롭게 지냈다. 영천군수 허시가 찾아와 이처럼 비좁고 누추한데 어찌 견디십니까?“라고 묻자, 선생은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못 느끼겠다고 했다


 

퇴계는 높은 지위와 봉록을 스스로 사양하고 곤궁한 생활을 이어갔다아내의 장례를 치르기 힘들 정도여서 사람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결코 세속적 명리를 바라지 않았다대신 퇴계는 인간의 착한 본성을 찾는 학문의 성취를 이룬 대유로백성들과 같은 밥과 반찬을 먹고 초라한 집에서 지내며 아랫사람을 먼저 보살핀 한유로 우뚝 섰다

 



그가 이 시대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것은 무엇인가? 선거철만 되면 시장에서 허름한 음식을 먹으며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분들을 보곤 한다. 더 투명해진 세상에서, 더 많이 배운 국민이 그 장면을 진정 어린 행동으로 바라볼 것인가? 깊이 새겨볼 때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후원안내
남부산림청
안동미래교육지구
노국공주 선발대회
경북도청_240326
남부산림청
산림과 산불조심
예천교육청
소방전문회사 디엔알
안동고등어빵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안동시의회 의원 전남편 갑자기 관급 공사 계약 눈에 띄게 많아진 건.... 안동시의 일감몰아주기 현상이 또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ㅇㅇ산업은 안동시와 올해 8월부터 현재까지 전에 없던 계약이 있었다. 이전 상호는 L광고라고 했다. 안동시 관계자들은 예전에 하던대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L광고라는 상호로 계약된 기록은 보이지 않았다. 올해 8월부터 갑자기 체결된 관급 공사는 10여 개였다. 가...
  2. 안동시민들, 이런 시장 처음 봤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용상동을 시작으로 새해 읍·면·동 주민들과의 공감·소통의 행보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권기창 시장은 농촌 일손부족과 농업행정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하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농촌 일손부족은 현재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건비가 높아 농가 운영에 부담을 ...
  3. 안동시의회 9선이라는 괴물! 안동시의회가 난장판이다. 행정사무감사로도 충분할 일을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씩이나 만들 필요가 있었나 묻고 있다.  안동시의회 9선 시의원지자체 장의 권한이 커서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기에 힘이 약하다는 말이 무색하다. 조용히 업무처리를 위한 과정을 거쳐도 될 일을 안동시시설관리공단에 새로 부임한 이사장과 본부장에...
  4. 원도심을 살리는 해법 - 사실 42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정답이다. 안동·예천 통합을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이 안동의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지방의 소멸이다. 안동도 이대로 가면 크게 무너질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인구 16만으로부터 도청으로 1만명의 이동에 이르면서 안동은 경쟁력 없는 도시로 점차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통합을 말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확실하고 빠른 방...
  5. 선관위에서 '압수수색'을 할 권한 없어! 안동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3월 8일 보도된 '김형동 의원 선거운동원 조사 '에 대한 보도에 대해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 외에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A신문사에서는 김형동 의원의 22대 총선을 위한 선거 관계자들이 보험설계사무소로 위장된 사무실에서 김형동 의원의 지지를 독려하는 전화와 문자를 돌린 혐의를 ...
최신뉴스더보기
한샘리하우스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