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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호찬 교수 칼럼
  • 탁호찬 교수
  • 등록 2024-03-11 1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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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단상



탁호찬 경안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으로 기원전 33년 중국 한나라 원제 때 궁녀 왕소군에 얽힌 이야기다. 



동방규의 시 '소군원'의 시구이다. 말을 타고 고향을 떠나는 왕소군의 심정을 당나라 때 시인 동방규가 한나라 때의 고사를 바탕으로 하여 쓴 ‘소군원 삼수’라는 시, 세 번째 수의 두 번째 구절에 바로 춘래불사춘이 나온다. 그 삼수 중 세 번째 시를 보면,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자연히 옷의 혁대가 느슨해지니,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야윈 몸 때문만 아니라네.”

 

계절로 보면 지금이 3월, 그리고 곧 다가올 봄의 계절 4월,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기온이 차지만 계절은 영락없는 봄이다. 가끔 봄볕은 따뜻하게 비치며 눈이 부신다. 경칩이 지났고 청명이 오고 곡우가 곧 다가오니 농촌은 다시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이 땅의 봄은 늘 그렇듯 꽃은 피고 새들은 지저귀어도 백성들의 허기진 삶은 피할 수 없는 고난의 계절이었다. 우리의 선조들, 대다수 민초들의 봄은 하나같이 ‘춘래불사춘’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겨울이 가고 언땅이 해동된 이 무렵이면 지난 가을 수확한 양식이 떨어져 보릿고개가 시작되었고 초근목피로 목숨을 부지했던 것이 우리 조상들이었다. “가난은 임금님도 어쩔 수 없다”던 보릿고개, 그것은 피할 수 없던 민족의 숙명이었던 것이다. 가혹했던 일제 36년이 가고 해방이 되어 나라를 찾은 뒤에도 봄은 언제고 헐벗고 배고픈 ‘춘래불사춘’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춘래불사춘’이 지금 나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내 주위의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평소 SNS(Social Network System)을 즐겨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리 오래되지 않아 SNS에서 어느 지인이 본인의 계정으로 하루 단상을 적은 글귀가 눈에 띄어 일부를 소개 해 본다.

 

일요일에는 가게에 앉아 있어도 거의 손님이 없다

오늘은 난방을 켜지 않았는데도

별로 추운지 모르겠다.

그만큼 따스해 진 거겠지

요즘은 안동에 살아야 하는지가 화두이다.

정치는 시끄럽고 시정은 맘에 들지 않는다.

상권이 무너지고 장사가 힘들다.

안동시 인구는 해마다 팍팍 줄어들고 있고

안동시 예산은 엄청 많은데 살기는 너무 힘이 든다.

저녁 7시만 되면 사람이 없고

시내는 꺼진 간판과 문닫은가게와 임대광고만 넘친다

이래서야 반이나 남은 내인생 안동에서 찌그리하게 마무리 해야 하나 싶다.

선거철이다

저마다 잘났고 잘하겠단다...(중략)...

인구가 많아지고 장사가 잘되는걸 바라지 않는다.

인정이 있고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넘치는 

살고 싶고 떠나기 싫고 언제까지나 지키고 싶은 내고향 안동이였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 한데도 안동에 살자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빨리 사라지면 좋겠다.

 

윗글의 내용을 보면 ‘춘래불사춘’의 심정일 것이다. 어려운 살림살이와 가장이라면 짊어져야 할 어깨의 무게감이 무거운 개인의 소회를 거리낌없이 피력했다.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그래도 고향 안동을 지킬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일반화하고 객관화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분명 그분의 심정을 표현하자면 ‘춘래불사춘’의 심정일 것이다. 

 

가끔 안동시 원도심을 하릴없이 산책하듯 다녀보면 과거 한때는 인파로 북적이고 안동장날이면 신시장과 구시장이 붐비고 제법 장날 기분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날분위기는커녕 “임대”가 쓰여진 빈 점포들이 많다.

 

상인들의 삶이 팍팍하고 입점한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도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힘든 코로나 펜데믹 시기를 겪은 상인들이나 시민들의 삶이 녹녹하지가 않다. ‘원도심’이라고 누가 언제부터 호칭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원도심’이라는 용어는 쇄락의 아이콘으로 설정되어버리고 만 느낌이다.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공동화’, ‘몰락의 그림자’가 ‘원도심’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언제 다시 수십년전, 아니 코로나 전의 시기로 사람이 북적이고 정(情)이 묻어나고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고향 안동이 따뜻하고 인정이 넘치는 활력있는 곳으로 생각되어지는 날이 올까. 정녕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걸까. 

 

선거철이다. 홍수와 같은 홍보전화와 여론조사로 안동이 들썩인다.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2년뒤 시장을 선출하고 시·도의원을 선출한다. 거리를 누비며 한 표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외침이 이젠 공허하게 들린다.

 

혹독한 민초들의 삶을 알기나 하는 건지, 팍팍한 삶의 무게를 아는 건지, 그들은 ‘춘래불사춘’의 심정을 아는지 묻고 싶다. 점점 힘들어하는 시민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지를......

 

어김없이 봄은 왔으며 이제 곧 봄꽃이 만개할 것이다. 간절한 봄을 기다리는 민초(民草)의 삶이 더 이상 힘들고 지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봄이면 늘 생각나는 시 “마음 사무치며 꽃이 피는 봄”을 노래한 시인의 노래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겨울은 준비도 없는 얇은 자에게 먼저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많이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

간절한 자의 봄이네요 봄”

 

- 봄이네요 봄 中에서 / 박노해 님



 

어김없이 찾아온 자연의 봄과 더불어 민초들의 일상에도 봄이오길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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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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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3-16 18:09:55

    "원도심"이라는 용어를  구사하시길래 깡딱놀래만서 봤니더. "민초" 광폭적표헌으로 뭉뚱그리기 보다 시민으로 쪽집게로 찝어부맀으마 싶니더만 좋은 말씀 잘봤니더만 이래저래 마이 애끼니더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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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필이미지
    guest2024-03-12 18:49:28

    요즘의 단상이네요.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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