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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용접 인생 : 항만 도시 가오슝 노동자들의 일과 삶
  • 임영희 편집국장
  • 등록 2024-04-11 11: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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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셰쟈신 지음, 곽규환, 한철민 옮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 건 아버지의 노동과 기술인데,
왜 아버지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걸까?”

추레라 제작 숙련공의 삶이 반영하는
타이완 산업의 변천과 사회의 가치




아버지의 용접인생, 산지니 발행
*2022년 대만문학금전상 최종 후보작
*과학기술과 사회연구학회 석사논문 우수상
*타이완사회학회 석사논문 걸작상, 석사논문 현지조사상

▶ 타이완의 부산, 항만 도시 가오슝 읽기
『아버지의 용접 인생』의 주무대는 가오슝이다. 항만 도시 가오슝은 타이완의 부산 같은 도시로, 타이완을 방문하는 많은 한국인이 들르는 도시이다. 생경한 도시는 아니지만 한국에 전파된 가오슝에 대한 정보는 아직까지 관광에 치중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가오슝은 단순한 관광지 그 이상이다. 타이완 최대 국제항이 있고 거대한 공단이 조성되어 있는 가오슝은 대만 산업의 변천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은 가오슝에서 태어난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던 곳을 현장 연구하며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가오슝은 물론 타이완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게 한다. 노동, 항구, 가족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주제 속에서 독자들은 타이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독자들은 타이완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경험과 기억도 떠올릴 것이다. 한국과 타이완이 유사한 서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1960~1990년대에 걸쳐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했고, 경공업 수출에서 출발해 여러 방면으로 고속 성장했고 이후 제3차 산업사회에 빠르게 진입했다. 닮은 듯 다른 타이완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과 그 길을 닦은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 눈부신 경제성장의 반석, 용접공들의 과거와 현재
타이완은 경공업 수출에서 시작해 여러 방면에서 고속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고속 발전은 노동자들, 특히 조선, 해양, 석유화학, 건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 인력인 용접 기술자들이 이루어낸 성과였다. 그러나 현재, 용접공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업을 지속할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들고, 공장들도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숙련공들의 은퇴에 따라 전체 인력 또한 크게 줄었다.
저자는 어느 한 추레라 공장의 마지막 영업 날을 기록하며 용접공과 가오슝의 추레라 산업이 직면한 고비를 드러낸다. 원가 상승과 후계자 문제로 점차 사라지는 소형 공장들, 몇몇 대형공장으로 집중되는 주문, 변화하는 법 등등. 용접공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시대와 주류산업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력과 기술에 대한 타이완 사회의 가치, 노동에 대한 인식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는 폐업을 앞둔 추레라 공장 곳곳과 용접 작업 장면을 촬영했고 화보로 실어 현장감을 전한다. 그럼으로써 타이완 경제성장을 이루어냈고, 자기 기술을 믿고 여전히 일하고 있는 숙련공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공부 안 하면 나처럼 까만 손이나 될 거야.”
용접공 아버지는 자신의 기술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어린 딸에게는 “공부 안 하면 나처럼 까만 손이나 될 거야.”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작업복은 가족의 옷과 별도로 세탁해 다른 공간에서 건조시켰고, 식탁에서도 아버지의 일이 대화 주제로 오른 적은 없었다. 일터에서 돌아와 딸을 학원에 데려다줄 때면 반드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나섰다. 이 모든 것은 당신 삶의 형태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결심 때문이었다.
이러한 성장과정 속에서 자란 저자에게 아버지를 표현하는 단어인 ‘노동자’, ‘기름때 묻은 까만 손’ 등은 어느새 우수한 학업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저자는 아버지의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면서도 노동하는 아버지를 동경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학업의 길에 성공적으로 들어선 저자는 오랫동안 품어온 의문을 떠올린다. ‘우리 가족을 먹여살린 것은 아버지의 노동과 기술인데, 왜 아버지는 자신의 일과 삶을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하시는 걸까?’ ‘우리 사회는 왜 노동과 기술의 가치를 학력보다 낮게 생각할까?’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 ‘기술노동자라는 게 부끄러운 일인가?’ 그리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추레라 제작 숙련공들의 삶으로 빠져든다.

▶ 중공업 전성시대의 부모, 졸업장 시대의 자녀
농촌에서 태어난 저자의 아버지는 도시로 이주하여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기술을 배웠고, 중공업 전성시대를 살며 기술을 추구했다. 졸업장을 장려하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저자는 표준적인 진학 과정을 밟은 후 학력 부분을 제외하면 텅 비어 있는 이력서를 손에 쥐고 사회로 나왔다. 이렇듯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두 세대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졸업장의 시대에 태어난 자식 세대는 부모 세대의 직업을 진지하게 이해하기 어렵고, 중공업 전성시대에 기술 하나로 정진하며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온 부모 세대 역시 텅 빈 두 손으로 학교 밖으로 나서는 자식들의 막막함에 공감하기 힘들다.
저자는 추레라 제작 숙련공의 삶과 일을 연구하며 아버지의 일을 대면한다. 숙련공들을 접하고 노동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세대를 넘은 대화와 성찰을 경험한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성장배경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숙련공의 생애를 담은 이 책이 부모 세대의 삶과 직업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부모와 자식 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국회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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