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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중독 : 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 롤란드 파울센 지음
  • 임영희 편집국장
  • 등록 2024-05-23 21: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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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김찬호 강력 추천!

이토록 혼란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모든 것이 아무 문제 없을 거라는 생각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

‘만약에’의 미로에 갇힌 사람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높은 매출을 달성한 어느 미국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단축을 제안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파트타임으로만 일해도 되고 길게 휴가를 써도 무방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제안을 활용한 직원은 2만 1천 명 중 53명에 불과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권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휴가를 쓰지 않았고, 근무시간 단축을 택하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그 답은 불확실성과 무한한 선택지를 견디지 못하는 현대인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한 회사와는 달리, 회사 바깥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명확한 규칙 아래 작동하지만 식구들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집안에서는 애정과 죄책감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마저 들곤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한다는 점에서 회사는 안전지대에 가깝지만, 바깥세상에는 마땅한 위기 대처 매뉴얼이랄 게 존재하지 않는다.

『걱정 중독』은 걱정과 불안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 과정을 좇으며,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이토록 골몰하게 되었는지 문화와 역사를 넘나들며 살펴본다. 사회학자 롤란드 파울센은 수많은 통계와 연구자료 뒤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하고도 구체적인 목소리를 기록하고자 했다. 언제나 최악을 상상하는 ‘평범한’ 사람들, 현대인의 머릿속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실패 혐오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


현재 대부분의 인류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편리하고 안온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이전 세기를 살아간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우리는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위기를 마주했다. 바로 걱정과 불안 속에 사는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를 등에 없고 무수한 선택지 앞에 선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롭기보다는 부담감에 짓눌린다. 어느 모로 보나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만 같고, 어떤 결과를 마주하든 그 책임을 무겁게 짊어져야 할 것 같다. 한 번의 선택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한 차례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을 것 같은 공포에 숨이 막힌다. 사람들 마음속에서는 옳은 선택을 내려서 반드시 행복한 결과를 맞이해야 한다는 강박적 의무감이 자라난다.

현대인이 생각하는 ‘미래’는, 불과 몇 세기 전만 해도 감히 추측할 수 없었던 긴 기간을 아우른다. 약간의 상상력만 있으면, 언제나 걱정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_127쪽





사회는 걱정이 자라나는 뿌리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짚어보는 개인의 고통


걱정하는 대상과 걱정에 대처하는 방식도 역사와 사회적 맥락,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종교나 성에 관한 사회적 규범이 강하게 자리잡은 문화에서는 자신이 충분히 신앙심이 깊지 않을까봐,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만한 성적 취향을 가졌을까봐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것과 관련해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머릿속을 잠깐 스쳐지나간 나쁜 생각 때문에 자신이 자녀에게 훌륭한 부모가 아닐까봐, 아내에게 충실한 배우자가 아닐까봐 어마어마한 걱정에 사로잡힌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디어나 정치가 특정한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기도 한다. 강렬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덧입혀 마치 인류가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언제나 최악을 상상하게 해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기보다 당장 눈앞의 불안에만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위험이 정말로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잊은 채 하염없이 걱정에 빠져든다.

해석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어떤 질문이나 걱정도 단순한 질문이나 걱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질문과 걱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벌써 세상이든 우리든 뭔가 잘못되었다고 해석한다. _274쪽

이렇듯 개인의 삶은 결코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사회적 맥락과 결부되어 있다.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의미 있는 사회적 지표다. 이 사회가 수많은 걱정의 뿌리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

세상은 원인과 결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더군다나 우리 역시 설정한 대로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다. 삶은 수많은 우연과 불확실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조건과 상황을 마음대로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어떻게 하든 어둠속에서 새로운 길을 더듬어나가듯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행한 사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통과하며 삶과 세상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삶과 세상은 단순한 방정식에 따라 굴러가지 않고 언제나 불투명한 미래를 전제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자신과 세계에 대해 한 뼘 더 깊은 이해에 가닿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하듯 걱정과 괴로움을 고스란히 수용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두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한 발 내디딜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단행해볼 수도 있다.
쓸데없는 걱정에 매몰되는 대신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 걱정하기보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행동하는 용기를 기르고 싶다면, 이 책 『걱정 중독』이 훌륭한 동행이 될 것이다.




-국회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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