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07] 보통의 정당정치에서는 정당 간 차이로부터 갈등의 조정과 합의를 위한 창의적 노력이 발원한다. 팬덤 정치는 다르다. 이견과 차이는 감정적 적대에 활용된다. 적대의 동원은 대중적 혐오로 이어지고, 정당 간 협력의 공간을 협소하게 만든다. 정당들 사이에서 공존을 전제로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공동의 기반이 협소해지면 정치는 작동할 수 없다.
[P. 121~122] 좋은 가치나 내용보다 열광적 추종자를 얻는 것이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인플루언스 사회’, ‘셀럽과 인싸들의 세상’을 이들이 선도하고 있다. 이들 신종 언론과 인터넷 채널이야말로 팬덤 정치의 시대를 상징하는 주역이다. 더 비극적인 것은 국회의원들이 이들의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 하고, 하루하루 자기 이름이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알아보는지에만 신경을 쓰는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팬덤 언론은 정치가의 수준을 크게 떨어뜨려 놓았다.
[P. 130] 비교 정치의 맥락에서 한국의 정당들이 보여 주는 변화는 특별하다. 당원 수는 줄고 정당 수는 느는 것이 오늘날 정당정치의 지배적인 경향인데 한국의 사례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여 준다. 정당은 줄고 당원 수는 폭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