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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손님맞이 - 접빈객을 통해 본 조선의 인적 네트워크 -
  • 임영희 편집국장
  • 등록 2024-02-06 08: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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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손님맞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4년 2월호를 발행하였다. 조선 시대 집에 찾아온 손님을 잘 예우하는 풍경을 통해 따뜻한 정이 오갔던 이야기를 살펴본다.

 

접빈객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

 

 <조선의 손님맞이와 상차림은?>에서 김현숙 박사(이화여대)는 종부(宗婦: 종가의 맏며느리)가 직접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향촌 사회에서 ‘손님맞이’의 의미를 담았다.

 조선 양반가에서 ‘접빈객’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러므로 안주인은 심혈을 기울여 손님을 접대했다. 1849년 말부터 약 16개월의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 충남 홍성군 갈산면 수한리 안동김씨 선원파의 종부 유씨 부인 일기를 통해 손님의 사회적 지위에 따른 상이한 상차림를 엿볼 수 있다. 손님의 수는 현직에 있을수록, 그리고 높은 관직에 있을수록 증가한다. 따라서 이들의 수는 주인의 사회적 권세와 추종자의 수를 상징하였다. 한 예로 1850년 늦가을 손님, 청양 현감에게는 조반으로 육개국(개고기)과 만두, 점심에는 신설로, 오후 간식으로 유자, 석류를 넣은 화채와 사색 정과 등 가문의 품격을 뽐낸 음식을 내었다. 반면 하민에게는 ‘들충벼(쭉정이가 많고 덜 익은 벼)’를 빻거나, ‘구즌쌀(지난해 생산된 묵은쌀)’로 밥을 해주었다. 

 


 

맛있게 드시고, 잘 부탁드립니다

 

 <1884년 전라감영을 찾은 푸른 눈의 손님>에서 송영애 박사(한국전통문화전당 한식창의센터)는 미국공사관 소속 해군 조지 클래이턴 포크(George Clayton Foulk)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의 접대문화를 담았다. 

 당시 외국인 혼자서 조선인 하인들 17명을 이끌고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권력자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민영익(閔泳翊, 1860~1914)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푸른 눈의 손님을 맞이한 전라도 관찰사 김성근(金聲根, 1835~1919, 1883년 2월~1885년 1월 재임)은 첫 음식으로 고구마, 밤, 감, 얇게 썬 쇠고기, 국수 등(a spread of sweet potatoes, chestnuts, persimmons, sliced beef, vermicelli, &c.)푸짐한 음식을 내왔고, 조선어를 조금 알았던 포크는 씨, 배, 죽 등(seed, pear, porridge &c.)은 영어 발음과 비슷하다고 말하며 즐거운 분위기로 이끌었다.


포크가 일기에 그려둔 상차림_1884년 11월 11일 오전 10시_송영애 박사 제공



 포크는 전라감영에 1884년 11월 10일 도착하여 12일까지 2박 3일 간 머물렀는데, 서울 밖에서 본 집 중 가장 멋지고 편안한 곳에서 보냈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토종꿀, 밤, 감을 보내고, 10시가 되자 ‘가슴까지 올라오는 엄청난 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놀라워하고, ‘관찰사가 특별히 나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며 음식마다 번호를 붙이고 자세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종가의 접빈상 예_출처_2018년 종가포럼_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포크가 그려둔 상차림을 살펴보면 밥 1종, 국 1종, 김치 2종, 나물 1종, 젓갈 3종(2기), 전 1종, 구이 3종, 찌개나 전골 형태 2종, 장 2종 등으로 구성되어 총 17종이다. 별도로 술병과 술잔이 놓인 상도 차렸다. 육류 요리가 소고기뭇국, 닭구이, 맥적구이, 쇠고기 편육, 육전, 오리탕, 꿩탕, 불고기까지 여덟 가지다. 이 요리를 만드는 육류의 종류도 다섯 가지나 된다. 포크는 관찰사 김성근이 민영익에게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해 주기를 바란다는 걸 눈치챘다.

 

조건 없는 손님맞이

 

 이외에도 웹진 담談에서는 ‘손님맞이’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스토리웹툰 <독獨선생전> 2화 ‘술잔 앞에서 노래하다’에서는 홍승지 대감의 사랑채 한 칸을 몇 달간 차지하던 먼 친척 한 명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게 된 전날, 독선생과 송별주를 마시다 술에 취해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긴 장마까지 겹쳐 당장 돌아갈 수도 없으니,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손님 접대로 인한 홍대감의 한숨이 코믹하게 담겼다.


 포크의 기록을 바탕으로 필자(송영애 박사)가 재현한 상차림_송영애 박사 제공


 <무대 위 손님맞이>에서는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와 마당놀이 <놀부전>을 통해 조건 없는 손님맞이에 대해 다뤘다.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으로 향하던 38대의 비행기가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갠더에 불시착하며 벌어진 이야기는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로 탄생했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come from away) 따듯한 돌봄을 받는 과정은 때로는 긴박하게 때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촌스럽지만 따듯하게 그려지면서 그 자체로 인류애가 회복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국의 고전 <놀부전>의 흥부도 자신을 구박하고 힘들게 한 형을 정성껏 접대한다. 

 <손님 오신 날>에서 두 아들이 그리워 구천을 떠돌던 임생은 친구였던 정 진사가 두 아들을 머슴으로 부리는 것이 야속하여 역귀로 찾아와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를 다뤘다.

 웹진 담談 2024년 2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http://story.ugyo.net/front/webzine/index.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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