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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왜 실패하는가, 《WHY POLITICS FAILS》(2023).
  • 임영희 편집국장
  • 등록 2024-04-04 1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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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분열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문제 제기 / 벤 앤셀 지음




2024 슈퍼 선거의 해,
정치는 나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더 나은 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옥스퍼드대 교수의 정치학 수업

· BBC 리스 강의 강연자의 현실 정치 안내서
· 《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 추천
·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대니얼 지블랫 추천








  • 매해 12월이면 ‘올해의 사건 10가지’와 같은 제목으로 그 해의 중요 사건을 정리하는 기사와 콘텐츠가 어김없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과 짝을 이루어 나오는 것이 ‘새해에 주목해야 하는 일’이다. 올해는 단연 ‘정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세계 인구의 25퍼센트가 선거에 참여한다. ‘슈퍼 선거의 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선거로 들썩이는 지금 우리는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정치의 필요성 혹은 효용감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가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오늘날 정치의 문제, 정치의 역할,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 자못 진지하게 묻는 책 한 권이 나왔다.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다. 물론 냉소, 정치 혐오와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다. 그 반대다. 정치에 희망에 있기에, 정치가 실패해온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 벤 앤셀은 미국에서 자라 현재 옥스퍼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른다섯의 나이로 옥스퍼드대 교수로 임용될 만큼 영미권에서 촉망받는 정치학자다. 최근에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스티븐 호킹, 마이클 샌델 등도 참여한 바 있는 교양 프로그램 ‘BBC 리스 강의’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네 차례 강연을 진행했다.
    저자는 민주주의, 평등, 연대, 안전, 번영이라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중요 가치를 통해 우리 사회를 둘러싼 딜레마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가 보기에 이 다섯 가지 사안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목표가 대부분의 경우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을 ‘덫’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불일치 안에서 타협과 협의의 길을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 민주주의, 평등, 연대, 안전, 번영을 달성하기 어려운 이유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옥스퍼드대 정치학자의 통찰



  • 앞서 언급한 다섯 개(민주주의, 평등, 연대, 안전, 번영)의 소재가 각 부의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개별 부는 ‘X는 무엇인가’, ‘X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덫)는 무엇인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에서 다섯 개의 논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민주주의: 진정한 ‘국민의 뜻’과 같은 것은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대표하는 말이 ‘국민의 뜻’이다. 저자는 ‘국민의 뜻’이라는 말이 가진 함정을 지적한다.
    전체 인구가 100명인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를 한다고 해보자. 두 명의 후보가 선거에 출마해서 한 후보가 60퍼센트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투표율은 80퍼센트다. 이제 전체 국민 중 몇 퍼센트의 지지를 얻었는지 보자. 48퍼센트다(100×0.8×0.6=48). 전체 인구를 놓고 보면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선출된 권력으로서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 ‘국민의 뜻’이라는 말 아래 말이다.
    A와 B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는 그나마 낫다. 선택지가 세 개, 혹은 그 이상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사례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조지프 슘페터와 케네스 애로의 정의, 콩도르세의 역설, 비례대표제 등 투표 방식에 대한 여러 논의 등을 두루 살펴보며 ‘민주주의의 덫’을 설명한다. 나아가 정치적 양극화 문제를 다룬다.

    ·평등: 평등한 권리를 허용하면 평등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평등한 사회일까? 물론 모두 극단적인 경우다. 하나는 완전하게 평등한 소유를 실현하는 사회다. 이는 동시에 불평등한 권리와 자유의 사회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하나는 평등한 경제적 권리를 허용하고 시장이 기능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럴 경우 거대한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어떤 경우든 정치는 실패한 것이라 지적한다.
    여기에 ‘평등의 덫’ 즉,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결과는 서로를 약화한다”라는 딜레마가 있다. 평등한 권리를 허용하면 평등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무엇을 평등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를 기본 전제로 불평등의 기원, 평등과 효율성 간의 관계, 경제적 불평등 문제, 스웨덴의 사민주의 모델,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 등을 다룬다.

    ·연대: 우리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사회적 안전망을 원한다
    ‘연대의 덫’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 우리는 삶의 전체 이야기를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삶 전반에 걸쳐 순수한 기여자가 될 것인지, 즉 연대를 통한 도움의 ‘제공자’가 될지 또는 ‘수령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항상 나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나서야 보험에 가입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연대의 경계에 관한 문제다. 모두가 똑같은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는 연대의 범위가 지구 단위이지만 누구는 함께 사는 가족에 한정된다. 세 번째는 근본적으로 동료 시민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지전능해 보이는 국가조차 사람들이 저마다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예를 들면 실직의 차원에서)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연대가 어려운 이유를 찬찬히 분석한다. 우리는 ‘언제’ 연대를 찾는지, 우리가 연대하려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연대의 실천과 정보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이론, 미국 사회 내 의료보험과 복지의 역사를 살펴본다. 나아가 기본소득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룬다.

    ·안전: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하면서도 자유를 희생하려 하지는 않는다
    2019년 발생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안전의 덫’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게 했다. 행정 당국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마스크 필수 착용, 외출 금지, 타인과의 접촉 금지, 회사와 관공서 폐쇄 조치 등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몇몇 국가의 시민들은 자유를 외치며 행정 조치에 반발했다. 이에 더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의 문제, 주변의 사람들이 정부의 조치에 따르는지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독재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 무정부 상태를 피할 수는 없다.”

    “안전의 덫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한편에는 독재가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는 무정부 상태의 혼돈이 존재하는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면서, 경찰과 교도소와 군대 같은 제도가 우리의 안전을 지킬 만큼 강하면서도 우리를 착취할 만큼 강하지 않도록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정치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안전에 관한 논의에서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이야기, 근대 경찰의 출현과 감금의 역사, 과학기술과 안전과의 관계 등을 다룬다.

    ·번영: 단기적으로 우리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가난하게 만든다
    오늘의 달콤한 풍요는 길을 잃게 만든다. 이런 단기적인 유혹은 장기적인 정체로, 결국은 파멸로 이어진다. ‘번영의 덫’이다. 번영의 덫은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장기적으로 더 부유하게 살 수 있을 때도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속이고, 약속을 어기고, 착취함으로써 즉각적인 이익을 취하려 한다. 스스로 제약이 없고 자신의 손을 묶지 않을 때 우리는 다른 이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단기적인 유혹에 넘어간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할 때 전체는 무너진다.
    또한 번영의 덫은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모습을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자원의 저주’가 있다. 자원으로 이룩한 부는 다양한 부정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정치를 왜곡한다. 그러나 ‘자원의 저주’는 인간의 운명이 아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석유 자원을 신중하게 활용함으로써 1인당 25만 달러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구축했다. 또한 석유 자원은 내전을 촉발하고(나이지리아), 독재를 등장시키고(사우디아라비아), 어리석은 선택(카타르월드컵)을 내리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번영의 덫은 우리가 협력하더라도 그런 노력이 장기적인 번영에 대한 왜곡된 이해로 이어질 때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 열풍(그리고 그 후폭풍)이다.
    천연 자원의 축복을 다르게 활용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정치다. 제도를 만들고 규범을 설계하는 방식과 공유하고 있는 철학의 차이가 이러한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다. 저자는 ‘자원의 저주’를 비롯해 맬서스가 펼친 이론과 그것의 함정, 죄수의 딜레마 문제 등을 통해 ‘번영의 덫’을 살펴본다.



  • “분열에서 균형으로, 정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정치의 실패 이유를 이해할 때,

    우리는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들 수 있다




  • 앞서 살펴본 다섯 가지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치의 역할에서 찾는다. 정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필연적인 불일치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정치를 외면하거나 피해 달아날 수 없다”. 물론 눈앞의 길이 뻥 뚫린 고속도로는 절대 아니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 가깝다. 동시에 여러 길이 놓여 있어 어느 쪽이 목적지로 향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나타나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 기술과 시장을 통해 나은 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정치가 없어져야 세상이 발전할 것이라는 선동은 오히려 우리를 퇴보하게 만든다. “정치를 외면한 대안은 우리를 좌절의 길로 이끌 것이다.”


  • 다음으로는 개인의 이기심은 자연스러운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기심은 필연적이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이기심이 비도덕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집단적인 목표가 좌절되는 것은 개인의 다양한 이기심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기심을 탓하기보다 제도를 설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규범을 존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제도를 너무 성급하게 비효율적이라거나 부패했다고(물론 때로는 그렇지만!)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타협과 조정과 균형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 정치 이슈가 빠르게 소비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요즘, 나의 생활과 세상을 좀 더 나은 쪽으로 만드는 정치를 고민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정치를 두고 “딱딱한 판에 서서히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말했듯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 일본과 독일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권력과 진보》의 공저자 대런 아세모글루,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공저자 대니얼 지블랫 등이 추천했다. 원제는 《WHY POLITICS FAILS》(2023).



-국회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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